최종편집 2024-05-07 11:40 (화)
[현달환 칼럼](50)더 큰 이, 덕근이 형兄
[현달환 칼럼](50)더 큰 이, 덕근이 형兄
  • 현달환 기자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6.07.13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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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이, 덕근이 형兄

초인 현달환

송동네에
덕근이 형이
소주 한잔하면
늘 참새처럼
내뱉는 한마디
심돌이 좋아!

한잔 하자던 말은
거짓말
늘 여러 잔이다
그러면서 내뱉는 한마디
심돌이 좋아!

어느 날
심돌人처럼 살다
심돌人처럼 죽더니
송동네엔
덕근이 형만 없다.

* 송동네: 시흥리 하동 마을 4구 지역
* 심돌. 성산읍 시흥리(올레길 1코스)옛 이름

▲ 현달환 시인/수필가
시흥(始興), 제주가 시작되는 곳이다.
시흥(始興), 문자 그대로 '비로소 흥성하는 마을'. 옛 이름은 심돌개에서 온 심돌 혹은 심똘이다. 한자를 차용하여 역석포(力石浦), 역돌포(力乭浦) 등으로 표기하여 오다가 1905년부터 시흥리로 바뀌었다.
마을 주민들이 대대로 단결력이 좋고 마을공동체의 위력이 막강한 것은 '심돌(力乭)정신'이라고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어려움과 고난에도 굴하지 않는 강인한 삶의 정신은 어떠한 마을 규약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주민들의 정신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과거의 기억을 기억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어린 시절을 기억해난다는 것은 아름다운 일이다. 어린 시절이 힘들고 어렵고 괴로웠던 시절이라도 그 시절을 토해내서 기억해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어린 시절이 지나 어른이 되어 어린 시절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나의 가슴에 남은 또 다른 형은 더 큰 이, 덕근이 형이다. 덕근이 형은 미남이다. 키도 크고 멋쟁이다. 공부도 잘하고 착한 아들이고 송동네엔 덕근이 형처럼 멋진 형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나 그는 외로웠다. 그를 외롭게 한 것은 시선이었으리라. 그 역시 멋지게 폼 나게 살고 싶었으리라. 그러나 그에겐 운명이라는 사슬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한 번씩 덕근이 형과 소주잔을 기울이면서 대화를 해보면 늘 나를 칭찬하곤 했다. 그냥 칭찬하는 말이지만 그 말이 내 귀에 들어오진 않았다. 나는 덕근이 형을 좋아하고 존경했기 때문이다. 촌에 한번 가면 술 취한 그를 보면서 손을 잡고 몇 마디 나눈 인사가 고작일 때가 있었다. 그러나 형은 너무나 순수했다. 그에게서 악의라는 것은 발견하기가 어려웠다. 송동네에 그가 살던 집은 과거의 대감님 집처럼 멋진 그런 풍경이 아니다. 쓰러져가는 동산아래 낡은 집, 마당에 정리 안 된 감나무만 홀로 피어있을 뿐.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시계를 보지 않고 열심히 앞만 보고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일까? 아니면 가끔 하늘을 보면서 담배연기 내뿝는 여유를 갖는 삶이 의미 있는 삶일까? 덕근이 형은 나의 우상이다. 그에게서 만남과 헤어짐은 잘생긴 그의 얼굴과 큰 눈에서 흘러내리는 눈물의 줄기가 떠오른다. 그러나 흐르지 않는 그의 눈물을 하늘로 가지고 간 그의 마음을 나는 이해한다. 짧은 시절이지만 우리들에게 덕이 무엇인지, 뿌리가 무엇인지를 남기고 간 덕근이 형을 이 더운 여름 생각해본다.
그는 나의 우상이기 전에 진정한 또 하나의 심돌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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