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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 선정 발표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 선정 발표
  • 양대영 기자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5.03.05 14: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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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무명천 할머니’, 소설‘2세대 댓글부대’당선작 선정

▲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에 「무명천 할머니」로 당선된 최은묵씨( 대전 거주. 사진 왼쪽), 소설 부문에 「2세대 댓글부대」로 당선된 장강명씨(서울 거주).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선정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병택)는 지난 2월 26일 본심사를 실시하여 시 부문 「무명천 할머니」(최은묵, 대전 거주), 소설 부문 「2세대 댓글부대」(장강명, 서울 거주)를 각각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4·3의 아픈 상처를 문학작품으로 승화함과 아울러 평화와 인권․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함으로써 도민화합과 제주의 새로운 도약을 이루고자 지난 2012년 3월 제정해 제주특별자치도가 주관해왔으며, 올해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이문교)이 업무위탁을 받아 주관하고 있다.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은 2014년 5월 19일부터 12월 20일까지 전국 공모하여 시 90명․1,026편, 소설 55편이 접수되었으며, 예심과 본심을 거쳐 수상작을 선정하게 된 것이다. 당선자에게 지급되는 상금은 시 2천만원, 소설 7천만원이다.

시 당선작 「무명천 할머니」는 4‧3의 상처를 고스란히 안고 살았던 할머니의 신산한 삶을 바탕으로 제주의 4‧3과 제주의 바람과 제주의 바다를 제주의 가락에 담아 잔잔하면서도 끝이 살아 있는 언어로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심사위원들은 예년에 비해 작품의 수준이 고루 향상됐고, 당선작은 문학의 보편성과 4‧3문학상의 특수성을 고루 갖춘 기념비적(記念碑的) 작품이라고 덧붙였다.

소설 당선작 「2세대 댓글부대」는 현재 저변으로 확대된 인터넷저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치권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그것의 하수인으로 살다 결국 용도 폐기되는 낙오자들의 참혹한 조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써 소위 댓글정치가 지닌 대중조작의 폭력성을 다뤘다.

심사위원들은 작가의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 치밀한 취재가 바탕이 된 현장감 등을 높이 평가했다. 또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폭력을 드러내어 궁극적으로 평화를 소망케 하는 작품성에 당선의 영광을 안겼다.

본심사위원은 시 부문에 고은․김수열․김정환 위원 등 3명, 소설 부문에 염무웅․이경자․현기영 위원 등 3명이 참가하였으며, 예심에는 각 부문별 5명의 심사위원이 참가하였다.

시상식은 별도 일정에 의해 추후 실시할 예정이며 수상작품은 조만간 공식 출판을 통해 독자들에게 선을 보일 예정이다.

한편 제1회 4·3문학상은 현택훈의 시 「곤을동」․구소은의 소설 「검은 모래」가, 제2회 4·3문학상은 박은영의 시 「북촌리의 봄」․ 양영수의 소설「불타는 섬」이 각각 당선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이중 소설은 각 은행나무출판사에서 발간하여 절찬리에 판매된 바 있다.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부문 심사평]

기념비적인 작품과의 만남을 축하하며

문학은 새로운 것을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고 있고 누구나 알고 있는 것에서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는 것이다. 바람이 불고 꽃이 피는 일은 전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어제도 불었지만 오늘도 불고 있는 바람에, 지난 봄에도 피었지만 다시 피고 지는 꽃에 한 발 다가서서 이미 낯익은 것들을 낯선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문학이고 시다.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부문 공모에는 90명이 쓴 1,026편의 시작품이 제출되었고 예심을 거쳐 그 가운데 11명의 작품이 본심에 오를 수 있었다. 한 사람이 10편 이상의 시를 제출했으니 본심에는 백 편 가량의 작품이 우열을 가리게 된 것이다. 전년도에 비해 응모한 작품의 수가 늘어난 것을 보면 제주4․3평화문학상이 아직까지는 미미하다 할 지 모르겠으나 해를 거듭할수록 더욱 발전하리라 기대해 본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 조례에 의하면 ‘인권 신장, 민주 발전, 평화 증진’이라는 단서가 제시되어 있다. 다시 말해 작품의 문학적 완성도만을 평가의 잣대로 삼는 문학상과는 구분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바로 여기에 심사의 곤혹스러움이 있다. 자칫하면 단서 조항에만 급급한 나머지 문학성을 소홀히 할 수 있고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본심에 들어갔을 때 그러한 염려는 단지 기우에 불과했음을 알 수 있었다. 물론 일부의 작품은 운영 조례의 단서 조항과 거리감은 있어도 작품의 완성도 측면에서 빼어난 작품도 눈에 띠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문학의 보편성과 제주4․3평화문학상이 지니는 특수성을 두루 갖춘 작품을 얼마든지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읽는 즐거움과 아울러 선택의 곤혹스러움이 여기에 존재한다. 특히 예년에 비해 작품의 수준이 고루 높아졌다는 것은 본상이 지니는 의미와 가치가 그만큼 높고 심대하다는 것을 의미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심에 오른 몇 사람의 작품은 한 권의 시집으로 묶어 세상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수준이었음을 이 지면을 빌어 밝혀두고자 한다.
본심에 오른 11명의 작품을 대상으로 심사에 들어가 논의 끝에 두세 명으로 압축시킬 수 있었고, 다시 논의 끝에 한 사람을 선정하여 그 중에 한 편을 추려내는 심사에 들어갔다. 두 작품을 가지고 고민한 끝에 앞에서 언급한, 본상이 지니는 특수성과 문학의 보편성을 보다 내실 있고 옹골차게 담아내고 있는 작품으로 「무명천 할머니」를 시부문 당선작으로 선정할 수 있었다. 물론 ‘무명천 할머니’를 내용으로 하는 기존의 작품이 적지 않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그러한 이유가 심사에 영향을 끼쳐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무명천 할머니’를 다룬 기존의 시들이 할머니의 생애를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다면 이번의 당선작은 할머니의 신산한 삶을 바탕으로 제주의 4․3과 제주의 바람과 제주의 바다를 제주의 가락에 담아 잔잔하면서도 끝이 살아 있는 언어로 녹여 냈다는 점을 높이 샀다. 올바른 의미에서의 기념비적(記念碑的)인 문학이란 이런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한다.
당선자에게는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언어의 날줄과 씨줄을 엮는 동안 당선자가 감내한 시간의 깊이에 경의를 표한다. 아울러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부문에 용기를 내고 작품을 주신 분들에게 따뜻한 격려와 함께 작품을 읽는 동안 고맙고 행복했음을 밝힌다.-(심사위원 : 고은 김수열 김정환)

[제3회 제주4‧3평화문학상 소설부문 심사평]

평화를 부르는 소설과의 조우

올 해로 3회 째를 맞는 4‧3평화문학상엔 모두 쉰다섯 편의 장편소설이 응모되었다. 그 중 예선을 통과해서 본선에 오른 작품은 <지에렌>, <2세대 댓글부대>, <개비릿길>, <RED ISLAND>, <것들>로 모두 다섯 편이었다.
본심 심사에 앞서 심사위원들은 작품의 수준이 낮을 경우 당선작을 내지 않는 것으로, 일단 의견을 모은 뒤에 토론을 시작했다. 다섯 편 가운데 3편이 제주 4‧3을 다뤘고 나머지 한 편은 한국국민이지만 한국인의 정체성을 주객관적으로 정립하지 못해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소수자와 그들에 다가서려는 사람들 또한 그들과의 동질성 확보에 실패한다는, 그러므로 양자 모두를 경계인으로 설정한 소설이다.
나머지 한 편은 현재 저변으로 확대된 인터넷저널의 순기능과 역기능을 정치권력이 악의적으로 이용하고 그것의 하수인으로 살다가 결국 용도폐기 되는 낙오자들의 참혹한 조건을 사실적으로 그려냄으로서 소위 댓글정치가 지닌 대중조작의 폭력성을 다뤘다.
이들 작품 중에 4‧3을 다룬 소설들은 대체로 소재 자체가 가진 필연적 비극성에 작가 스스로 객관적 거리와 시선 두기에 실패한 공통점이 있었다. 취재한 이야기들이나 자료로 알게 된 사건, 삶, 사람들을 주제에 맞춰 취사선택하는, 구성의 기본적 틀을 갖추지 못한 점도 비슷했다. 결국 상처와 슬픔, 잔인함과 절망 등의 사건과 인물을 불필요하게 몰아넣어 정작 문학성을 놓쳤다. 결과적으로 구성이 난삽해서 작품의 밀도를 떨어뜨리고 짜깁기 현상을 보인 작품도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것들>과 <지에렌>을 탈락시키고 나머지 세편으로 의견을 좁혀 심도 깊은 토론을 시작했다.
우선 <RED ISLAND>는 4‧3 항쟁을 그 당시의 시점으로 돌아가 사실적으로 묘사함으로서 비극을 겪은 당대 인간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제시하고 있다. 다만 평범한 구성과 통속적인 묘사들이 작품의 격을 떨어뜨린다는 약점을 안고 있어서 4‧3의 핵심에 다가서지 못한다는 아쉬움을 남긴다는 지적이 있었고 또한 스토리텔링이 무미건조하고 제주 사투리가 잘못 쓰인 것이 많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개비릿길>은 4‧3사건과 월남전쟁을 대비시킨 작품이다. 기왕에 발표된 작품에의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고 비교가 상투적이어서 감동을 떨어뜨리는 약점을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4‧3의 비중이 낮고 표현과 비유가 적절치 않다는 결함이 지적되었다.
소설 <2세대 댓글부대>는 매우 지적인 글쓰기라는 평가를 받았다. 인터넷 저널리즘의 하나로 자리 잡은 SNS는 실시간 소통의 전파효과는 물론 새로운 연대와 참여의 순기능을 가졌으나 그것이 사악한 특정의 목적을 위해 사용될 때에 전 사회적으로 미치는 역기능은 일찍이 나치독일에서 자행했던 대중조작과 흡사함을 암시했다. 작가의 경쾌하고 날렵한 문체, 이야기를 밀고 나가는 힘, 치밀한 취재로 현장감을 살린 것도 좋은 평가를 끌어냈다. 또한 해박한 지식과 풍부한 상상력으로 대중조작을 하고 있는 정치적 암흑세력을 현실적으로 그려, 우리에게 그런 정치적으로 교활하고 사악한 음모가 앞으로도 행해질 거라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작가는 폭력을 드러냄으로써 궁극적으로 평화를 소망하게 하는, 4‧3 평화정신에 부합한다는 점에 당선작으로 선택되는 영광을 안았다.
소설공모에 참여하신 모든 분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당선자에게도 축하의 인사를 보낸다.
(심사위원 문학평론가 염무웅, 소설가 현기영, 소설가 이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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