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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보인 현경대 "저는 분명한 4.3유족입니다"
눈물 보인 현경대 "저는 분명한 4.3유족입니다"
  • 나기자
  • news@nagiza.com
  • 승인 2012.03.29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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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제주시 갑 선거구에 출마한 현경대 후보(새누리당)가 29일 상대 후보가 전날 TV토론회를 통해 문제를 제기한 '4.3유족 추궁'에 대해 억울함을 토로했다.

현경대 후보는 이날 오전 11시 제주도의회 도민의 방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저는 분명한 4.3유족입니다"라고 말했다.

지난 28일 열린 제주 모 방송국 '총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현 후보와 같은 선거구에 출마하는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는 "어떻게 4.3 유족이냐, 유족이라면 어떻게 연좌제에 걸리지 않고 검사에 임용됐느냐"라며 현 후보를 향해 강하게 추궁했다.

현 후보는 "그 누구보다도 저의 성장과정을 잘 알고 있는 강 후보가 아무리 표가 궁하더라도 이럴 수 있느냐"며 "강 후보의 말도 안되는 주장에 말문이 막혔다"고 말했다.

현 후보는 "제가 이 자리에서 4.3의 아픈 기억을 고백하지 않으면 또 다른 정치공세에 휘말릴 것"이라며 4.3 당시 어머니가 학살된 배경 등 성장 과정을 회상하며 눈물을 보였다.

현 후보는 "4.3은 도민 모두의 아픔이다"라며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판이라고 해도 최소한의 예의를 지켜달라"고 당부했다.【제주=뉴시스】

<기자회견 전문>

4.3주간을 맞아 도민 여러분께 드리는 글

 

 

존경하고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참담한 심정으로 여러분의 오해를 풀어 드리고자 이 자리에 섰습니다.

 

 

저는 어제 kctv와 조선일보가 공동으로 주관한 제주시 갑선거구 총선후보 합동토론회에서 마치 4.3 유족을 사칭하고 있다는 듯한, 터무니 없는 인신공격을 받았습니다.

 

 

토론회에서 민주통합당 강창일 후보는 제게 "어떻게 4.3 유족이냐"고 추궁했습니다. 또 유족이라면 어떻게 연좌제에 걸리지 않고 검사에 임용됐느냐고 따졌습니다. 사실 강 후보의 이런 말도 안 되는 주장에 전 말문이 막혔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저의 성장과정을 잘 알고 있는 강 후보가, 아무리 표가 궁하더라도 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하고 깜짝 놀랐습니다. 지금도 저는 학자출신이 어떻게 진실을 왜곡할 수 있나,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차라리 저를 잘 모르는 분이 그랬다면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강창일의원과 전, 한때 한 솥 밥을 먹은 관계입니다. 서로에 대해서 속속들이 알고 있는 처지입니다.

 

 

어제 tv를 시청한 많은 분들도 어떻게 된 것이냐며 전화를 받았습니다. 일부는 강의원 주장에 오해를 하는 분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또한 저의 성장과정을 아는 많은 분들은 강의원의 엉뚱한 주장에 몹시 놀라워했습니다.

 

 

존경하는 도민 여러분께 밝힙니다.

 

저는 분명한 4.3 유족입니다. 4.3으로 10살 때 고아가 됐습니다. 저의 어린 시절의 한과 고통은 모두 4.3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정치에 입문한 후 4.3에서 겪은 제 고통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저보다 더 큰 아픔을 겪은 분들이 제주에 많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4.3은 전 도민의 아픔입니다. 그러니 이를 어떻게 정치적으로 이용할 수 있겠습니까.

 

지금도 이런 제 소신엔 변함이 없습니다. 4.3은 우리 모두의 아픔이기에 함께 보듬고, 4.3 희생자 여러분들의 영면을 기원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존경하고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제가 이 자리에서 4.3의 아픈 기억을 여러분께 고백하지 않으면 또 다른 정치공세에 저는 휘말릴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많은 유족이 저 보다 더한 고통을 받았겠지만 어린 제가 겪은 4.3을 간략히 말씀 드리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판단해 이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제 나이 9살 때인 1948년 노형마을에서 저는 어머님과 누이와 함께 살고 있었습니다.

 

그 해 늦은 가을이었습니다.

 

저녁을 먹고 어머님은 바느질을 하고, 저와 누이는 놀이를 하던 중이었습니다.

 

갑자기 마을어귀에서 난 총소리에 놀라 밖으로 나가니 마을 전체가 순식간에 불타고 있었습니다.

 

경찰이 마을에 불을 지른 것입니다.

 

어머님과 누이와 전, 입은 옷 그대로 신발만을 신고 마을사람들과 함께 무작정 한참을 달아났습니다. 이후 어머님은 우리를 이호2동에 사는 외갓집으로 피신시켰습니다.

 

 

그 해 눈발이 휘날리는 추운 겨울이었습니다.

 

경찰이 이호2동 주민을 초등학교 운동장에 모이도록 하고, 동네를 불태워 버렸습니다.

 

대낮에 벌어진 일이었습니다. 경찰의 초토화 작전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습니다.

 

 

하루아침에 집을 잃은 마을 사람들은 산으로 향하거나 바다 쪽 마을로 살 곳을 찾아 떠났습니다.

 

어머님은 추운 겨울, 산에서 얼어 죽느니, 따뜻한 구들 방에서 지내다 죽자며 저희를 바닷가 마을인 이호1동으로 이끌었던 것이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러나 그곳에서 살 집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그런데 피난 온사람들이 기피하는 집이 있었습니다. 동네 유지의 집으로 경찰의 감시대상의 집이었습니다. 어머님은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며 그 집에 들어갔습니다.

 

 

그러나 그게 어머니와 생이별하는 계기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며칠후 경찰이 갑자기 들이닥쳐 어머니를 끌고 갔는데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어머님의 시신은 그 다음에 찾았습니다. 외삼촌이 수소문 끝에 도두동 근처에서 집단 학살돼 매장됐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어머님 시신을 찾게 된 것입니다. 어머님을 장사지내던 그날을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가 끌려간 그날 이후 어머님의 시신을 찾기까지 그 무수한 밤을 누이와 전, 눈물로 지샜습니다.

 

누이와 전, 어머니를 찾기 위해 노형 마을로 돌아와 낮엔 이곳 저곳의 소문을 쫓아 찾아 다녔고, 밤엔 마을주민들이 현재의 노형초등학교 자리에 돌성을 쌓고 움막으로 지은 집에서 지냈습니다.

 

 

지금도 그 시절을 생각할 때마다 떠오르는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살던불탄 집을 찾았을 때입니다. 그곳에서 타다만 저의 공책을 발견했습니다.

 

울면서도 그 공책을 오려내 갖고 다니며 어머님을 찾는 메모 노트로 사용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4.3주간이 되면 어머니가 끌려간 그날이 떠오릅니다. 그날 저와 누이는 하루아침에 고아가 됐습니다. 어머님 품 안이 너무 그리울 그 어린 나이에 어머님의 죽음을 확인한 것도 충격이었습니다.

 

 

그렇게 어머님을 떠나 보내고 나서도, 언젠가는 꼭 어머님이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또 믿었던 것 같습니다. 노형에서 먼 길을 걸어 북 초등학교에 갈 때나, 초중고 졸업식날, 대학에 들어갈 때나, 그리고 결혼을 할 때도 불쑥 어머니가 찾아올 것만 같았습니다. 4.3은 이렇게 저와 누이에게 씻지 못할 고통과 슬픔을 줬습니다.

 

저와 누이보다 더 큰 고통을 겪은 분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눈앞에서 부모와 가족을 잃거나 마을 전체가 사라지거나, 어떤 말로 이런 슬픔을 담아낼 수 있겠습니까.

 

그 아픔을 직접 경험한 사람만이 느끼는 그 가슴을 후비는 듯한 고통, 절절한 슬픔을, 그냥 그 시절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먹먹해지고, 눈물을 흘리는 아픔을 그 누가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4.3은 도민 모두의 아픔입니다. 우리 모두의 슬픔입니다.

 

그런 4.3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됩니다.상대를 공격하는 정치적 수단으로 이용해서는 결코 안됩니다. 남의 아픔을 들춰내고, 공격하고, 그래서도 안됩니다.

 

 

그러한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런 분이, 제 가정사를 속속들이 알고 있는 그런 분이 그러면 더욱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아무리 피도 눈물도 없는 정치판이라 해도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져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존경하고 사랑하는 도민 여러분,

 

 

4.3 64주년을 맞았습니다. 4.3이 주는 교훈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4.3 평화재단의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그 교훈을 이렇게 정리하고 있습니다.

 

‘화해와 상생, 그리고 평화’. 그렇습니다. 화해하고 상생해야 합니다. 평화를 지켜내야 합니다.

 

 

제 어머님을 비롯한 4.3 희생자 분들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유족 여러분께도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 전합니다.

 

적어도 4.3주간 만이라도 도민 모두가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참배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를 통해 자라나는 세대들에게도 4.3의 교훈을 전하는 것도 산교육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번 머리숙여 4.3 희생자 여러분의 영면을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2년 3월 29일

 

새누리당 국회의원후보 현경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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