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홍성주 작가(제주특별자치도사진대전 초대작가)
(시) 양대영 시인(심상등단, 제주문인협회 회원)
(시) 양대영 시인(심상등단, 제주문인협회 회원)
용꿈으로 여는 세계
양대영
새해 첫 태양을 맞이하려고 도두봉에 오른다
휘둘러보는 정상엔 새로운 바람이 불고
공항을 낀 채 달려 나가는 해안도로는 친숙한데
저 멀리 사라봉에 시선이 닳을 무렵
무엇인가 눈 속에서 꿈틀거린다
물의 신이라고 했던가, 용두암이 기지개를 켜고 있다
눈앞의 물을 박차고 허공으로 뛰어들 모습이다
아, 이게 현실인가
바라보는 손끝에서 서서히 온몸에 빛을 바르고
몸부림치는 강렬한 광경, 숨이 컥 막혀 온다
순식간에 한라산으로 치닫는 기다란 몸짓은 계속되고
검은 새들이 호위하듯 날갯짓을 더 빠르게 펼친다
거대한 계곡을 오르고 오른 용은
백록담의 신비한 물을 한 모금 떠 마셨을 것이다
바로 그때였다
먹구름을 찢는 뿔과 뿔
전신에서 반짝이는 비늘의 힘으로 승천하는데
새의 발을 닮은 발과 꼬리지느러미가 이승에 닿아
아아, 우리가 원하는 것들
검푸른 밭담에 메마른 가뭄이 들지 않고
푸른 섬의 도로와 골목 사이엔 웃음이 스며들도록
까마득한 곳에서 안간힘을 쓰듯이
우르르 쾅쾅 천둥이 친다,
고개를 숙여 바닥을 바라보니
희망과 희망 사이 얼어붙은 땅엔 만물이 움트고
누구에게나 행복이 깃들 것 같은
새 아침이 오고 있다
용이시여, 부디 섬 곳곳을 살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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