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09 07:16 (목)
[김도경의 놀멍 걸으멍](14) ‘방선문 가는 숲길’ 오라올레 따라 만나는 제주의 진미!
[김도경의 놀멍 걸으멍](14) ‘방선문 가는 숲길’ 오라올레 따라 만나는 제주의 진미!
  • 김도경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9.01 22:59
  • 댓글 3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숲길에는 한천 따라 기암괴석이 있고 풍류가 있고 전설이 있다”

<예문>

(방선문(訪仙門)전설1)

엿날, 막 먼 엿날부떠 바당 한가운디 신선이 사는 할락산이 셧주마씸.

이 섬 지키는 신선덜은 이 산 곡데기서 만나그네 시상 다스리는 이약도 허곡 바로 하늘 우이 이신 옥황상제신디 알뤠곡 멩을 받기도 허엿주마씸. 경허고 이 곡데기엔 계곡 깨끗헌 물이 느량 궤연 이신디 그디가 선녀덜이 내려왕 몸곰는 디라십주.

**엿날부떠: 옛날부터 **바당: 바다 **한가운디: 한복판 **할락산: 한라산 **셧주마씸: 있었지요 **~마씸(첨사) **곡데기**곡뒤**꼭다기: 꼭대기. 정상 **만나그네: 만나가지고 **시상: 세상 **이약: 이야기 **하늘 우이: 하늘 위에 **신: 있는 **알뤠다**알뤼다**알류다**알웨다: 웃어른에게 아뢰다 **알뤠곡: 아뢰고 **멩: 명 **ᄆᆞᆰ곡 깨끗ᄒᆞᆫ: 맑고 깨끗한 **느량: 항상 **궤연 이신디: 고여 있는데 **ᄂᆞ려왕: 내려와서 **ᄆᆞᆷᄀᆞᆷ다: 목욕하다 **디라십주: 곳이었지요

양전형 시인 (자료제공)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방선문을 떠올리면 신선세계가 먼저 펼쳐진다. 한 번쯤 신선놀음하고 싶다는 일상 탈출을 생각한다면 무조건 나서볼 일이다. 시내 중심을 흐르는 한천 따라 형성된 계곡 숲길을 걷다 보면 참다운 제주의 멋과 맛을 만날 수 있다.

절기가 계절을 말해주듯 입추 지난 날씨는 더위 속에서도 신선함을 제공했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현재 KBS 제주방송국 옆 한천가 교지교 입구에 세워진 이정표를 보고 발길을 돌리려는 순간 <면암유배길> 이정표가 있었다. 아마도 오라올레와 길이 겹치는 것 같았다.

숲길 초입부터 제주도 창조 여신 ‘설문대할망’이 쓰고 다녔다는 족두리에 얽힌 전설 족감석에 대한 안내문이 발길을 잡았다. 오늘은 전설, 설화와 동행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설문대할망이 마을사람들에게 비단 백동으로 소중의(내의)를 만들어 주면 제주 바다에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를 놓아주겠다고 약속하자 마을 사람들이 부지런히 옷을 만들던 중에 비단이 부족하자 아무래도 속옷을 만들기 어렵다고 생각한 설문대할망이 실망하여 급히 자리를 뜰 때 이곳에 족도리를 남겨두고 갔다고 하여 오늘날 ’설문대할망 족도리바위(족감석)라 불리고 있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걷다가 엉뚱한 생각을 했다. 그때 그 시절 제주도와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가 놓였더라면, 그랬다면, 역사는 어떤 기록을 하고 있었을까! 제주도 사람들의 가치관과 삶의 형태는 어떠했을까! 방언이 아닌 제주어, 사라질 위기에 놓인 제주어의 가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전설이 정말이었다면….

오라동에서 제주시 중심이었던 옛 지명 성안까지는 걷기에는 꽤 먼 거리이다. 지금은 차를 타면 10여분 남짓 소요되지만, 중산간 마을에 사는 사람들이 성안까지 가려면 오라동 이쯤에서 쉬어가지 않았을까 한다.

‘항소’에 대한 안내문이 있었다. 마소들을 데리고 가다가 물 마시며 쉬던 장소로 항상 붐볐다고 한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조금 더 걸어가자 기기묘묘한 바위들이 ‘昭’를 둘러싸고 그 바위에 마치 어두운 방에 빛이 들어오도록 창을 뚫어놓은 것 같은 구멍이 있다고 하여 이름 붙여진 창꼼소가 있고, 깎아지른 절벽과 뒤엉켜 동굴처럼 형성된 곳을 궤라고 했는데, 예전에 박쥐들이 서식하던 곳이라 하여 이름 붙여진 다람쥐궤가 있고, 옛날에 방선문으로 향하던 판관 일행이 물을 마시고 병풍처럼 생긴 판관 바위 아래서 시 한 수 읊으며 목민관의 자세를 가다듬었다는 판관소가 있었다.

걸으며 생각했다. ‘제주도 사람들은 스토리텔링에 강하다.’ 전적으로 내 생각이다. 마을마다, 바위나 나무 등 알맞은 전설을 통해 제주도의 면목을 보여준다. 설마 그랬을까 싶지만 그럴듯하다. 민심이 투영된 진실한 이야기는 공감이 크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방선문 가는 길과 연북로 갈림길에서 계속 앞을 보며 걸었다.

곰솔(해송)이 있고, 동백나무가 있고, 졸참나무가 있고, 죽순을 채취하지 말라는 경고문도 있고 각종 나무와 꽃들이 어우러진 숲길은 대낮에도 그늘이 있어 여유롭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애기소

문명숙

한 잔 술에 맺은 사랑
허공에 못을 박고
영주산 기슭마다
무지개로 다리 놓아
청상에 새긴 언약
사무치게 그리워라

장난삼아 지핀 불에
부나비가 되었구나
부귀영화 간데없고
님의 사랑 사위어서
흐느끼는 산새 소리
바람결에 시름 씻네

마애비에 새긴 사랑
저 달 속의 님의 언약
이승에서 못한 사랑
저승사랑 기원하며
꽃 댕기 풀어헤치고
나비되어 날았네

‘애개’라는 기생과 신관 목사의 슬픈 사랑이야기가 전해지는 ‘애기소’를 지나 100여 미터 올라가면 애개와 목사가 사랑을 나누었던 숨어있는 기암절벽(곱은내)이 나온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예전에 오라리 마을 아이들이 깅이잡이 하던 깅이소를 지나면 한라도서관이 있고, 조금 더 올라가면 제주아트센터가 있다.

제주아트센터 뜰의 모과나무를 보며 못생겼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못 생겼다고 생각하다가 모과가 사람 건강에 도움을 주는 과일이라는 것을 상기한다. 겉만 보고 판단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나 자신을 한껏 돌아볼 일이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안북교를 지나서 거북바위 안내문 앞에 섰다. 인간세상을 동경하던 용왕의 외아들이 거북이 모습으로 용연을 거쳐 올라와 방선문과 영구춘화 경치에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다가 돌아가지 못했다는 전설이 적혀있었다.

세월 따라 변해온 세상이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사람 사는 모습은 비슷한 것 같다. 후세에 교훈이 되는 거북바위 앞에서 빼어난 동화 한 편 써야겠다고 다짐했다. 탐방은 동화작가로서 소재 발굴의 기쁨을 안겨주기도 한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가카원이’ 한자로 각하천(覺夏川)이라고 한다. ‘더위에 지친 몸을 차가운 샘에 담그니 문득 깨달음이 있구나!’라는 뜻으로 풀이하는데, 추사 김정희 선생이 영구춘화를 즐기려고 방선문을 찾아가다가 신령하고 신비스러운 샘이라 하여 ‘영천’이라고 새겼다고 하는데, 그 석문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좁은 오솔길에 나무가 서로 어울려 터널을 만드는 구간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을 통과하면 신선세계에 닿을 수 있다는 듯 길의 색다른 맛을 느끼게 했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오른편으로 칡넝쿨이 우거진 바위 계곡을 따라 걸어가다가 한 길로 겹쳤던 절로 가는 길과 인연이 다했다. 갈림길에서 오른편으로 걸어가서 하천을 건너 방선문 가는 길로 들어섰다.

어디에서 개를 키우는지 냄새가 하천을 뒤덮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코를 몇 번이고 비비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방선문 주차장에 도착했다. 14년 전 방선문 계곡으로 출사를 나갔던 기억에 서두른 발길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제주 방선문 출입통제 안내’가 길을 막고 있었다.

‘방선문 내 암반 균열발생으로 낙석의 우려가 있어 관람객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출입을 통제하오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예문>

(오라올레길1)

오라동을 ᄀᆞ로질르는 한천(漢川)이 이십주. 한천은 백록담 북벽 아래 ‘용진각’에서부터 흘르는 제주에서 질 진 내창으로 용연을 지낭 바당더레 갑주.

그 한내창에 오라올레엔 ᄒᆞᆫ 디가 십주.

오라일동 우녁펜 고지래(高旨來)엔 ᄒᆞᆫ 디부터 방선문ᄁᆞ장 난 곶자왈 질입주.

그 올렛질에 들어사는 도에 ‘방선문 가는 숲길’이엥 파진 큰 바우가 세와젼 이수다.

준덴: 들어 준다고 **ᄒᆞ여나십주: 했었었지요 **요조금: 요즘 **모ᄌᆞ바우: 모자바위 **앞이 강: 앞에 가서 **뭐셴사: 무엇이라고 **빌엄신디: 빌고 있는지 **모도왕: 모아서 **가당오당: 가다오다. 가끔 **이십네다: 있습니다

**곶(명사): 잡목 따위가 우거진 들이나 산
**곶올레(명사): 곶으로 들어가는 입구
**낭ᄒᆞ다(동사): 땔감용으로 나무를 하다

양전형 시인 (자료제공)

방선문 가는 숲길’
▲ 방선문 가는 숲길’ ⓒ뉴스라인제주

방선문은 현재 국가명승지 제92호로 지정된 곳이다. 오라동 자연문화유산보전회는 해마다 ‘방선문 축제’(2022년 제19회 축제 시행함)를 개최, 관광객과 도민에게 제주도만의 멋진 풍광과 토속적인 문화를 알리고 있다. 지금도 방선문 주변에는 바위마다 옛 방문객들이 적어놓은 시(詩) 등 마애들이 제주도 어느 명승지보다 가장 많이 남아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3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정순 2022-09-03 06:14:10
방선문 탐방 잘 읽었습니다. 글의 흐름이 깔끔하고
조곤조곤 들려 주는 말같이 정겹습니다
가 보고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요. 못생기 모과를 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겉만 보고 판단하기 좋아하는 세상에서 나 자신을 한껏 돌아볼 일이다.>
잘 읽었습니다. 김도경 동화작가님 동화소재도 챙겨오세요.. 좋은 글 읽게 해 주어 고마워요...

양전형 2022-09-02 19:07:32
한천따라 오라올레길로 방선문으로 오세요~신선의 기운이 전해질 것입니다~이 숲길을 걸으면, '도심속에 이러한 곳이 살아남아 있구나'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행복할 겁니다~~^^

이도화 2022-09-02 16:15:23
방선문 가는 숲길, 오라올레!
기자님 덕분에 잘 돌아 보았습니다.
제주도 창조 여신(설문대 할망)이시군요.
제주와 육지를 잇는 다리가 생겼다면 참으로 역사적으로 무슨 변화를 초래했을지 상상해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애기소 슬픈 전설도 아릿하고. 무엇보다 동화작가로서 소재 발굴의 기쁨을 안겨 준다니 멀리 육지에서 힘찬 박수를 보냅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