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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66) 제비단상
[자청비](66) 제비단상
  • 송미경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6.3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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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아침마다 경쾌하게 지저귀는 제비소리가 기분 좋게 들려온다.

어렸을 적 시골집 처마엔 여름이 오면 제비들이 집을 짓는 모습을 자주 보아왔다. 아버지는 제비집이 무너질세라 나무로 된 널빤지를 받쳐서 제비들이 다치지 않도록 단단하게 지켜주었다. 가끔은 곤충을 잡아다 새끼들 입에 넣어주는가 하면 어미제비를 위해 먹이도 마련해주면 이웃에 사는 다른 새들까지 냄새를 맡았는지 먹이 시간이 되면 떼로 모여들곤 했다.

삼복더위로 짜증이 연속인 무더위, 햇빛이 쨍쨍 쏟아지더니 장마의 영향인지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고 그치길 반복하더니 저물어 갈 무렵 바람과 함께 큰 비가 찾아들었다. 큰비로 제비집이 무너질까 노심초사하며 제비집을 쳐다보는 게 습관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난히도 제잘대는 제비 소리에 새집을 올려다보았다. 알을 부화하여 새끼 5마리를 낳은 것이다. 어찌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관찰 카메라를 들고 촬영하고 자세히 둥지를 관찰하기 시작하였다.

새벽부터 새끼를 먹여 살리느라 분주한 제비 부부, 쉴 새 없이 인근에서 먹이를 물고 와서 새끼들 입에 넣어준다. 새끼들은 저마다 날갯짓하며 일제히 입을 벌려 먹이를 달라고 조른다. 그중에 먼저 나와서인지 덩치 큰 새끼가 어미가 물고 온 먹이를 잽싸게 두 번이나 가로채는 것을 포착했다. 구석에 있던 다른 새끼 제비는 배가 고픈지 어미를 향해 서럽게 울어댄다. 샛노랗고 새빨간 혀를 내밀며 울어대는 성화에 어미는 다시 먹이를 구하기 위해 기를 쓰며 먹이를 구하러 나간다.

제비들도 자생하려면 환경이 좋아야 한다. 온도, 습도, 기후는 물론 모든 여건이 갖추어져 있어야 오래 머물 수 있다. 어느 날인가, 제비 가족은 자신의 둥지가 불편했던지 채 한달도 되기전에 빈 둥지만 남겨 놓고 떠나 버렸다. 이유없이 가슴 한쪽이 휑하다. 개인적으로 볼 일이 많아서 제비 가족들에게 신경을 덜 쓴 자책이 밀려든다.

정든 곳을 버려야만 새로운 곳을 찾을 수 있다는 믿음 하나로 머나먼 강남에서 제주도까지 공중을 날아서 찾아온 제비,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랄뿐이다.

아침마다 제비 가족들을 바라보는 일은 색다른 감동이었다. 깃털이 둥지에 하늘거린다. 제비 가족의 체온이 아직도 남아있는 듯하다. 가끔 처마 밑에 놓아둔 화분에 떨어진 제비 똥을 치우느라고 불평도 했지만 이젠 추억이 되었다.

“제비가 집을 안으로 지으면 장마가 크게 진다”는 속담도 옛말처럼 정겹다. 제비가 집을 처마 밑 안으로 깊이 들여 짓는 것은 큰비로부터 둥지를 보호하고 동족 보존을 하기 위함이다.

장마가 오기전에 제비가 찾아오면 그늘이 지고 서늘한 바람이 스치는 처마 쪽으로 둥지를 짓게 널빤지를 새로 받혀 주어야겠다.

새끼들의 안전을 위하여 새로운 곳을 찾아 날아간 어미 제비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문득 바쁘다는 이유로 자주 찾아뵙지 못한 부모님의 안부가 궁금하다.

나를 낳아 키우느라고 애쓰신 부모님의 은혜, 시대가 달라지고 세상이 바뀌어도 자연의 순리는 변하지 않는 것이다. 인간과 생태계가 어우러져 공존하는 세상,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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