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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주대 총장 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발간
전 제주대 총장 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발간
  • 서보기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3.21 0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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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제주대 총장 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표지
▲ 전 제주대 총장 고충석의 자전 에세이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표지 ⓒ뉴스라인제주

내 나이 70대에 접어들고 보니 일모도원이랄까 그런 심정이다. 몸과 마음은 아직도 쓸 만한데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먼 시점에 이르렀다. 특히 아직은 젊은이 못지않은데 세월이란 비정한 놈이 나이를 받아들이라고 훈계하는 것 같았다. 그 훈계가 주효해서 이 책이 상재되었다고 할 수 있다.

(…)

이 책은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성장을 거쳐 칠순을 보낸 아들로서 아버지의 무덤 앞에 바치는 삶의 보고서라면 보고서이고 내 삶의 흔적이라면 흔적이다.

- 글머리에 중에서

# 아버지 무덤에 바치는 인생 보고서

『어느 행정학자의 초상: 전 제주대 총장 고충석의 자전 에세이』(도서출판 장천, 2022)는 제주대학교 제7대 총장을 역임한 저자가 자신이 살아온 세월을 되짚어보면서 남기는 기록이다. 저자는 대학과 연구기관뿐만 아니라 제주 지역 시민단체 등을 이끌면서 늘 지역사회 아젠더의 중심에서 다양한 공적 활동을 벌여왔다.

그는 연구실에서만 사는 교수가 아니었다. 특히 제주경실련 대표 시절엔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항공료 인상 저지 1인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도민들과 함께 벌인 이런 항의와 범도민 대책위의 투쟁으로 저비용항공사가 탄생하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저자의 현실 참여 이력 때문에 총선과 지방선거 때만 되면 그에게 출마를 종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오는 6월 1일 치러지는 제8회 지방선거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다 보니 저자 역시 “마지막으로 한 번…” 하는 심정으로 출사표를 쓸 생각도 없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할 일은 많은데 시간이 없다’는 일모도원(日暮途遠)의 비유로 스스로 마음을 붙들어매고 혹시 모를 노추(老醜)를 경계했다.

이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저자 본인은 그동안 마주쳤던 모든 것들을 행정학자의 일로 바라보고 있다. 저자가 존경해 마지않는 막스 베버의 표현을 빌리자면, ‘직업으로서의 행정학’을 가슴에 품고 살아왔다. 그래서 이 책은 우리 사회에서, 그리고 제주 사회에서 한 사람의 행정학자가 어떻게 성장했고 어떤 일을 해왔으며, 그 결과 지금 어떻게 이 사회를 바꿔왔는지를 보여주는 역사적인 기록물이라 할 수 있다.

# 섬마을 우도 소년이 제주대 총장에 오르기까지

저자 고충석은 1950년 우도에서 태어나, 교육열 높은 원칙주의자 아버지와 바다를 넘나들며 장사를 하시던 어머니 사이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다. 이후 중학교 때 제주시로 유학을 와서 남들과 다를 바 없던 학창 시절을 보내던 중 갑작스레 어머니의 죽음을 맞게 되었다. 실제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 한때 방황하기도 했었으나, 홀로 남은 아버지를 생각하며 이내 마음을 추스르고 학업에 매진해서 연세대 행정학과에 입학할 수 있었다.

대학 시절과 짧았던 직장 생활, 대학원 과정 등을 거쳐 저자는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로 임용되었고, 법정대 학장과 행정대학원장을 맡으며 대학 행정의 경험을 쌓았다. 또한 대학 외부에서도 제주경실련 공동대표와 사단법인 이어도연구회 이사장, 제주발전연구원(현 제주연구원) 원장을 역임하는 등 공적 영역을 활동을 이어 나갔다.

# 제주대학의 환골탈태를 이끌어내다

무엇보다도 저자의 이력에서 가장 빛나는 것은 제주대학교 제7대 총장으로 재임하면서 이루었던 성과들이다. 저자는 자신의 임기 마지막 해인 2008년을 명실상부한 제주대 ‘제3창학’의 원년으로 선포했다. 그럴 수 있었던 자신감의 원천에는 이전 총장들이 닦아온 기반에다 저자가 재임 시에 열정적으로 추진한 사업들이 맺은 결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굵직굵직한 결과물만 보더라도 로스쿨 유치, 제주대학병원 완공과 개언, 암센터와 심혈관질환센터 구축, 제주대 박물관 건립 시동, 아라 뮤즈홀 완성, 제주교대와의 통합 등 이 시기에 제주대는 양적, 질적으로 어마어마한 성장을 이루었다.

이를 집약한 지표가 바로 『중앙일보』에서 매년 발표하는 대학 평가 지표였다. 저자가 임기에서 물러난 해인 2008년의 대학 평가에 따르면, 제주대는 전년도 57위에서 34위로 순위가 급상승했다. 이는 대학 및 지역사회 구성원들의 열정적인 노력에 대학총장의 리더십이 더해져서 이뤄낸 제주 지역사회의 쾌거나 다름없었다.

# 노년의 지혜, 감사하는 자세와 마음공부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 중 큰 몫을 차지하는 것은 그동안 도움을 받았던 여러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서이다. 저자는 자신이 그나마 이만큼이라도 성공적인 인생을 보내게 된 데는 수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최대한 기억을 살려 그 사람들의 이름을 거론하면서 그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한다. 그 이름들만 모아봐도 제주 사회 인물지(人物誌)로 손색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나이 일흔을 “여름날 오후 5시”에 비유한다. 더불어 당나라 시인 이상은의 말을 빌려 “석양은 저리도 좋건만 아쉽게도 황혼이 다가오누나”라며 자신의 삶을 반추한다. 늙음, 그것에 그 무슨 위로가 필요한가 아쉬워하면서도 마음공부를 하며 인생의 노년을 받아들인다.

저자는 1950년 제주특별자치도 우도면에서 태어났다. 연세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행정학과에서 행정 이론과 조직론을 전공으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79년 11월부터 제주대 행정학과 교수로 재직했고, 2005년 5월 제주대 제7대 총장을 역임했으며, 2013년 8월 제주대 교수에서 퇴임했다. 이후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제주국제대 초대 총장으로 재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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