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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현 시집 『고양이만 몰랐다』 발간
고문현 시집 『고양이만 몰랐다』 발간
  • 양대영 기자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1.10.08 09: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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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현 시집 『고양이만 몰랐다』 표지
▲ 고문현 시집 『고양이만 몰랐다』 표지 ⓒ뉴스라인제주

한그루 시선 11번째 시집으로, 고문현 시인이 첫 번째 시집 《고양이만 몰랐다》을 펴냈다.

시집은 총 6부로, 1부 ‘기억의 시원’, 2부 ‘고뇌의 퍼포먼스’, 3부 ‘그리움의 길목에서’, 4부 ‘밤이 너무 환하여’, 5부 ‘별자리가 심상치 않다’, 6부 ‘추억 나들이’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집은 ‘경계 너머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많은 사람들이 일생을 ‘나’로 살아가지만, ‘나’에 대해서 잘 모른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지금 내 감정은 무엇인지 여전히 어렵다. 혹은 상황에 맞닿을 때 선택의 문 앞에서 고민하기도 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어떤 문을 열고 들어갈지 여러 크기의 문 앞에서 ‘이 문을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처럼.

그렇지만 상황에 부딪히고서 경계라는 선을 확실히 넘어가게 될 때, 비로소 ‘나’에 대해 명료하게 알게 되는 것들이 있다. 시인 또한 마찬가지로 경계 앞에서 어렵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과감히 선택한다. “서로 다른 금단의 선/ 이념이 그은/ 철조망을 넘으니/ 자유인이 되고” (「금단(禁斷)의 선(線)」) 해설의 표현대로 그 경계를 넘어야만 ‘진정한 자유인’이 되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형화된 ‘나’를 발견한 데 그치지 않고, 정형화된 모습에 이면이 있음을 확인하며 다음으로 건너간다. 시 「고양이만 몰랐다」에는 여러 상황에 놓여있는 고양이가 묘사된다. “목에 반짝이는 펜던트한 귀족처럼 보이는 고양이, 집이며 사람이며 친숙한 게 하나도 없어 보이는 고양이, 영역을 잃어버린 멸족 왕가의 황태자처럼 보이는 고양이, 먹구름 훗날도 모르고 잠든 고양이, 뒹구는 폐건전지처럼 소모품이 되어 버린 고양이, 홀로 헤매는 고양이다.” 그 뒤에 나오는 “사람의 얼굴이 두 개인 것을/ 고양이만 몰랐다.”라는 구절을 통해서 보이는 것 외의 심리를 알고자 노력한다. 이 시에 등장하는 ‘고양이’가 ‘나’인 화자를 불러일으킨 것처럼 이 시집이 전체적으로 관통하는 것은 끊임없이 ‘나’를 찾아 떠나는 여정일 것이다.

고문현 시인은 한국문학예술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시), 월간 『시사문단』 신인상 수상으로 등단(수필), 제주시 ‘인문학과 함께 하는 정류장’ 시 선정됐고, 북한강문학제 추진위원 역임했다.

현재 한국문학예술 제주지부장, 영주문학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제주문인협회 회원으로 오아성한 문학 활동을 하고 있다.
 

[작품감상]
 

서로 다른 금단의 선
이념이 그은
철조망을 넘으니
자유인이 되고
신이 정한
금줄을 넘었더니
한 쌍이 되었다

_「금단禁斷의 선線」 전문


쥐 잡을 줄도 모르고 애완동물 먹이 가게 앞에서만 진종일 서성거려도
아는 체 하는 이 아무도 없다, 라고 쓴다.
그리고 나, 라고 읽는다.
카네이션마저 달아주던
그 주인의 품 안엔 갖고 놀다 버려질 또 다른 고양이 안겨있네,
라고 쓴다.
그리고 나, 라고 읽는다.

_「고양이만 몰랐다」 부분

 

바벨탑이 멀쩡하게 서 있다
언제부터인가
언어가 같아도
말이 안 통한다
서로서로 마주하는 삽질로
꽉 막힌 장벽을 뚫었더니
언어와 말이 소통된다
엉킨 실타래의 매듭이 보인다

_「수난受難의 바벨탑」 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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