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 감상
잎의 증언
상흔이 아니라
벌레랑 나눈 거에요
구멍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이에요
-이준실
<이준실 시인>
중국 길림성 통화시 거주
조선어문교사 재직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추석 명절 잘 보내셨는지요 보름달을 보며 어떤 소원을 비셨는지요.
오늘 디카시는 '잎의 증언'입니다
구멍이 나 있는 나뭇잎이
이건 벌레에게 먹힌 것이 아니라 벌레랑 나눈 것이라고, 조금 아팠지만 나눌 수 있어서
행복했다고 그래도 남은 게 있어 세상을 보는 눈이 생겼다고 합니다. 참 따뜻한 시입니다.
율곡 이이 선생님의 저서 '격몽요결'에는 아홉 가지 태도와 아홉 가지의 생각에 대한 글이 있는데 그중 아홉 가지 생각의 첫 번째는
시사명視思明입니다. 사물을 밝고 바르게 보라는 것이지요. 그러기 위해서는 두 가지 전제가 필요한데 그중 하나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는가의 문제라고 합니다.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관점에 따라 해석이 완전히 달라지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사물을 바라볼 때 어떤 시선으로 보는 가요?
명절을 앞두고 마당 대추나무 대추를 땄습니다. 꽤 많이 열렸는데 따고 보니 대부분 벌레들이 먼저 차지해 버렸습니다 올해 대추 농사도 벌레에게
내준 거지요
오늘 디카 시인처럼 벌레와 나눈 것이라고 생각하기에는 그 양이 많아서 솔직히 속이 상해 눈을 흘겼습니다.
그래도 다 가지고 가지 않고 차례상에 올릴 거는 남겨준 그들에게 마지못해 고맙다고 하기는 했습니다.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는 그의 저서
'손잡지 않고 살아남은 생명은 없다'에서
자연도 사랑 희생 화해 평화 등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말합니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그걸 원하는 존재는 넘쳐나는 상황에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삶의 현실이지만
경쟁만 하며 강한 것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공생과 상생을 통해 살고 있다고 봅니다. 즉 우리의 삶 은 얼마나 많은 적을 정복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친구를 만들었느냐로 평가해야 한다고 합니다. 최근 읽은 글 중 최고였습니다 저는
사물을 보는 관점만 바꿔도 삶은 행복해진다고 했습니다.
사람도 자연도 서로 나누며 살아야지요
오늘 다카시 한 편을 통해 큰 깨달음을 얻어 갑니다 고맙습니다. [글 구수영시인]
매주 목요일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