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13 11:18 (월)
[김정환 맛집]국수반 돔베반, 사골반 멸치반…군침
[김정환 맛집]국수반 돔베반, 사골반 멸치반…군침
  • 나는기자다
  • news@nagiza.com
  • 승인 2012.09.29 09: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맛집-골막식당
전국 어디든 다 그렇겠지만, 특히 바다 건너 제주에는 내륙에서 쉽게 맛볼 수 없는 독특한 음식들이 특히 많다.

그 중 하나가 제주시 이도2동 362-1, 제주동여중 골목 안 ‘골막식당’(064-753-6949)이다. 처음 이 집을 소개받았을 때는 내 마음대로 해석해 ‘골목식당’을 잘못 들었거니 했다. 그런데 가게 앞에 가보니 ‘골목’이 아니라 ‘골막’이다. 골막? 제주에서 하도 독특한 방언을 많이 접해서인지 이번에는 또 무슨 뜻인가 싶었다. 뼈(骨)에 있는 막으로 음식을 만드나? 상상의 나래를 계속 폈다.

여행 가이드북으로 홍보해 관광객들이 주로 찾는 유명 관광식당이 아닌 제주도민들이 찾는 집이어서인지 가게 안은 소박했다. 하지만 왠지 끈끈한 정이 자꾸 묻어나는 느낌이 싫지 않았다.

메뉴는 달랑 두 가지다. 골막국수(보통)과 곱빼기다. 보통은 5000원, 곱빼기는 1000원 더해 6000원이다. 가격이 일단 마음에 든다. 물론 서울에서도 잔치국수는 4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뭔가가 있지 않고는 도민들을 상대로 하는 식당에서 그런 가격이 매겨질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 맛집-골막식당
보통을 시키고 기다리자 김치가 나오고, 잠시 후 국수가 나왔다. 그런데 모양이 특이하다. 국수가 우동까지는 아니었지만 굵은 편이고, 그 위에 큼직하고 두툼하게 잘린 돔베(돼지고기)가 가득 올려져 있었다. 국물은 뽀얀 것이 누가 봐도 사골국물이려니 짐작이 갔다.

일단 국물을 한 숟가락 떠서 입에 넣어봤다. 예상 외로 느끼하지 않고 담백했다. 짭조름한 것이 감칠맛이 났다. 개인적으로 짠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이번엔 국수를 한 젓가락 집어 먹어봤다. 면발이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탱탱한 것이 흡족했다. 이어 고기를 하나 들어 입에 넣고 씹었다. 오, 씹는 맛은 예술이고 맛은 절경이었다. 돼지고기와 국수를 함께 넣어봤다. 입 속에서 행복감이 밀려왔다.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그런데 먹어도 먹어도 그릇 속에서 끝도 없이 나오는 돼지고기와 국수를 보니 이 국수는 5000원이 아니라 8000원을 줘도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인 신성조·김영자씨 부부가 1986년 창업해 26년 동안 운영해온 유서 깊은 국숫집이다. 제주에서는 원래 경조사가 있을 때 돼지를 잡아 수육과 사골 육수에 끓여낸 국수를 손님에게 대접했다고 한다. 그래서 시작된 것이 고기국수인데 이 집은 그 전통적인 돼지 사골 국물과 멸치 국물을 적절히 혼합해 만든 국수를 선보였다. 고기국수의 단점인 느끼함을 해결하자 큰 인기를 끌었다.

▲ 맛집-골막식당
가게를 이어받기 위해 준비 중인 신씨의 아들 은찬씨에 따르면, 골막은 신씨가 태어나 어린 시절 살았던 마을 이름이다. 거창한 것을 기대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돼지고기는 국내산, 그것도 제주산만 쓴다. 국수도 직접 뽑고, 묵은지도 집에서 직접 담근다. 손님이 너무 많아 학교 다녀오면 김치하는 것을 돕느라 팔이 빠질 정도였다는 은찬씨의 말이 이 집의 인기를 방증한다.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한다. 가게 옆에 대형 주차장을 갖춰 편리하다.

가게가 잘되면서 이 집에서 일하던 사람들이 독립해 비슷한 국수를 선보였지만 이 집의 명성을 따라잡지는 못했다. 국수 맛의 비밀인 사골과 멸치의 비율 때문이다. 별세한 마복림 할머니도 며느리에게 떡볶이 양념장 만드는 법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이 그 유명한 광고 카피 ‘며느리도 몰라’라지만, 이 집 역시 가게 일을 돕고 있는 며느리한테 아직 그 비율이 전수되지 않았다. 그래서 여전히 김씨가 주방에서 맛을 내고 있다.

제주 시내에 2호점을 내고 조만간 전국적으로 프랜차이즈를 벌이겠다는 것이 은찬씨의 계획인데, 며느리도 모르는 맛의 비결이 어떻게 전수될는지 궁금해진다.【제주=뉴시스】김정환의 ‘맛있는 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