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2024-05-16 18:02 (목)
[자청비](74) 장한철 생가를 가다
[자청비](74) 장한철 생가를 가다
  • 송미경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9.29 08: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송미경 수필가
송미경 수필가
▲ 송미경 수필가 ⓒ뉴스라인제주

햇살이 유난히 좋은 날이다. 동네 언니와 함께 산책 길을 나섰다. 곽지 해수욕장을 가로질러 한담까지 걷는 길이다. 이 길은 한담공원에 “녹담거사 장한철 표해기적비”와 한담 마을 끝자락에 위치한 장한철 생가와 연계하여 “장한철 산책로”라 명명 되었다. 날씨가 포근하니 물결도 잔잔하다. 연휴라 갯가 길엔 관광객들로 넘실거린다. 특히 이곳은 연인들이 많이 찾는 곳으로도 유명한 곳이다. 수많은 차들과 북적대는 사람들 사이를 뚫고 중앙에 위치한 까페에 앉았다. 맞은편으로는 정갈하게 만든 초가집이 보인다. 작년에 복원한 장한철 생가이다. 가는날이 장날이라 관리하는 사람은 없었다.

2011년 표해록의 문헌적 가치를 기리기 위하여 장한철 표해 기적비가 한담공원에 세워졌다. 애월문학회 회원이 주축이 된 “장한철표해기적비” 설립 추진 위원회와 애월주민자치위원회의 후원, 특히 목암문화재단 장시영 이사장의 거금을 기탁하여 건립하게 되었다. 불초 필자도 한담공원 “장한철표해록기적비”를 건립할 때 추진위원으로 일조를 하였다.

장한철 생가 복원은 전적으로 제주시의 예산으로 복원되었다. 모처럼 찾았는데 문이 닫혀있어 아쉽지만 우리는 차를 마시며 장한철의 발자취가 담긴 생가를 둘러 보았다.

장한철은 조선후기 영조때 애월리에서 태어나 대정현감을 지낸 문인이다. 장한철은 두 번이나 향시에 장원을 하였고 이를 애석히 여긴 마을 사람들의 권유와 관가의 도움으로 한양으로 과거 시험을 치러 길을 떠난다. ⌜표해록⌟은 1770년 (영조 46년) 12월 25일, 그의 나이 스물여섯에 풍선을 타고 출항 하였으나 예기치 않은 풍랑으로 죽음의 문턱까지 갔다가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이야기를 기록한 일기문 형식의 책이다.

조천포구를 출항할 때 친구 김서일을 비롯하여 총 29명이 동승하여 떠날때는 순조로웠다. 그러나 배가 추자도를 지날 무렵, 돌풍이 불기 시작하였다. 광풍이었다. 돛이 부러지고 키도없이 떠내려가다가 4일 만에 오끼나와 열도의 어느 무인도 섬에 상륙하게 된다. 멀리 배가 보일때마다 산위로 올라가 연기를 피우며 구조를 요청했지만 번번이 실패로 끝난다. 그러던 어느날 배 한척이 상륙하자 모두들 살았다고 기뻐하는데 그들은 해적때 왜구들로 그나마 가지고 있던 옷과 재물들을 모두 빼앗기고 나뭇가지에 거꾸로 매달리는 고통을 당하며 겨우 목숨만 살아 남게 된다. 그러다가 마침 그 앞을 지나가는 월남의 대형 상선에 구조된다. 이 배에는 베트남인으로 명나라가 망할때 베트남으로 이주하여 정착한 명나라 사람들로 있어서 조선인임을 알게 되어 호의를 베풀게 된다. 그러나 제주인인 것을 알자 동승했던 배트남인들이 장한철 일행을 죽이려고 한다. 과거 베트남 왕자 일행이 제주 해역까지 표류하였을때 제주인들에 의해 죽임을 당했던 한을 풀겠다는 것이다. 그 때 장한철이 한문에 정통하여 명나라계 배트남 선장과 의사소통을 하면서 선장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고 내어준 작은배를 타고 다시 망망대해를 표류하게 된다. 정처없이 표류하던 끝에 칠흑같이 캄캄한 밤 어느 해안에 도착했는데 헤엄도 칠줄 모르는 장한철은 다행이도 내린곳이 얕은 바위여서 깎아지른 절벽을 기어올라 멀리 불빛을 따라간다. 알고보니 그곳은 지금이 청산도 였다.

장한철은 표류하던중에 꿈을 꾸었는데 미령의 소복한 여인이 소반에 밥상을 차리고 대접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로 과부가 된 여인을 만나고 연애도 하게 된다. 표류과정에서 21명이 죽고 겨우 장한철을 포함 8명이 살아 돌아왔다. 장한철은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갔으나 낙방하고 다음 해에 과거시험에 합격하여 벼슬길에 오르게 된다.

〈표해록〉에서 장한철의 똑똑하고 강인한 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학문 뿐 아니라 지리와 천기에도 해박하여 바다에서 뼈가 굵은 사공들도 포기하고 쓰러졌는데 그는 강한 의지와 인내로 그들을 격려하며 지도하여 끝내 살아올 수 있었다. <장한철표해록> 은 제주도 유형문화재 27호로 지정 관리되고 있다.

해마다 애월문학회에서는 장한철 표해록 전도 청소년 백일장을 실시한다. 장한철의 해박한 지식과 용기와 인내와 불굴의 정신을 제주도 학생들에게 심어주고 표해록의 문헌적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해서다.

생가를 둘러보며 나서는데 먼 바다에 작은배 한척이 아스라이 떠있다.

장한철이 넋이 시공(時空)을 넘어 바다에 출렁이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신대로5길 16, 수연빌딩 103호(지층)
  • 대표전화 : 064-745-5670
  • 팩스 : 064-748-5670
  • 긴급 : 010-3698-0889
  • 청소년보호책임자 : 서보기
  • 사업자등록번호 : 616-28-27429
  • 등록번호 : 제주 아 01031
  • 등록일 : 2011-09-16
  • 창간일 : 2011-09-22
  • 법인명 : 뉴스라인제주
  • 제호 : 뉴스라인제주
  • 발행인 : 양대영
  • 편집인 : 양대영
  • 뉴스라인제주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24 뉴스라인제주. All rights reserved. mail to news@newslinejeju.com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