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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52) 그 남자의 말과 행동
[자청비](52) 그 남자의 말과 행동
  • 김순신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3.24 0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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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 김순신 제주수필문학회장 ⓒ뉴스라인제주

요즘 한 남자에 대하여 관심을 끌게 되었다. 그 남자의 소식이 궁금하여 매일 뉴스와 국제란 기사를 찾아본다. 오늘은 무사한가?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했나? 그의 말과 행동을 듣다 보니 그를 좋아하게 되고 한편으로는 존경하게 되었다. 그 남자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다. 북방 색의 티셔츠 차림으로 단호하게 말하는 그의 영상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인상적이었다.

거대국가 러시아의 침공이 있었을 때 며칠 만에 항복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쟁은 길어지고 있다. 피신할 것을 권유하며 비행기를 보내겠다는 우방국가의 말에

“여기가 싸움터다. 우리에겐 탈 것이 아니라 탄약이 필요하다.”라고 대답했다. 끝까지 항전하겠다는 그의 신념이 담겨있는 말이라 대통령답다고 생각했다.

지도자의 말 한마디는 중요하다. 그 말에 우크라이나 국민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인 싸움을 하고 있다. 기자가 죽음이 두렵지 않으냐고 물었을 때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은 정상이 아니다. 그러나 나는 대통령으로서 죽음을 두려워할 권리가 없다.”라고 했다. 멋진 말이다.

이 외에도 그는 전쟁상황에서 연설 때마다 명언을 만들어내고 있다.

“전쟁은 큰 재앙이며, 이 재앙은 높은 대가를 치르게 된다. 사람들은 돈, 명성, 삶의 질을 잃고 자유를 잃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그들 자신을 잃는다는 것이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니 명언이다. 전쟁에서 승자가 되더라도 사랑하는 사람과 자신을 잃으면 소용이 없다. 나는 전쟁을 몸으로 겪어보지 않았지만, 전쟁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는 간접경험을 통해 조금은 안다. 전쟁을 직접 겪은 사람들은 더욱 몸서리쳐지는 것이 전쟁의 고통이다. 제주의 4.3을 겪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때를 기억하면 소름이 돋는다고 한다.

영상뉴스를 통해서 우크라이나의 전쟁 참상을 보며 가슴 아파한들 직접 맞닥뜨린 그들의 고통과는 비교할 수 없다. 외신들은 러시아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어린이 150명 이상이 숨지고, 400개 이상의 학교와 보육원, 110개 병원이 파괴된 것으로 보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국민은 가족을 잃은 슬픔과 싸움터로 내보낸 가족들을 생각하며 대피소에서 피를 말리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전쟁이 끝나더라도 전쟁의 아픔은 오래 갈 것이다. 부서진 건물에서 다시 삶의 터전을 일으켜 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의 선조들은 6.25를 겪은 후 폐허가 된 나라를 피와 땀으로 다시 일으켜 세웠다.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지금 우리는 이만큼 살게 된 것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감사하고 고마워서 후손들에게는 더 좋은 세상을 물려줘야 하겠다는 책임감이 절로 생긴다.

국제 사회에서는 평화를 외치며 전쟁 반대를 외치고 있지만, 힘이 없는 나라는 항상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안보 강국이 되는 것은 경제 강국이 되는 것만큼 중요하다. 경제가 발전하고 안보가 튼튼한 나라가 되면 함부로 무시하지 않는다.

얼마 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TV 토론에서 안보 문제로 후보 간 공방전이 오갔다. 모 후보가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정치경력 초년생에 불과한 코미디언 출신임을 꼬집는 말을 했다. 그 말이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상처가 될 것을 미처 생각 못 한 발언이었다. 상대 후보의 정치경력을 얕잡아 빗대어 한 말일지라도 신중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자질은 출신이나 경력이 아니라 신념과 가치관, 그의 말과 행동이다.

코미디언이었던 젤렌스키가 어떻게 대통령이 되었는지를 알게 되면 인생은 그야말로 드라마틱한 것임을 알 수 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는 어린 시절부터 꿈이 코미디언이 되는 것이었다고 한다. 결국 1997년 코미디 경연 프로그램에서 우승하면서 코미디언이 되었다. 꿈을 이룬 그는 꾸준히 방송활동을 하며 각종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지도를 쌓아갔다. 그러다가 2015년에 시트콤 프로그램 〈인민의 종〉에서 부정부패에 저항하는 청렴한 대통령의 모습을 연기했다. 〈인민의 종〉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최대 시청자 수를 기록할 정도로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국민적인 인기를 얻게 되었다. 그만큼 우크라이나 국민은 부패정치에 신물이 났고, 정의로운 대통령, 부패 척결에 앞장서는 지도자를 원했던 것이다. 그가 대통령 역을 연기할 때 "혹시 진짜로 대통령이 될 마음은 없냐?"라는 질문을 수시로 받았지만, 답은 "아니오"였다고 한다. 그 후 <인민의 종> 출연진들이 2018년 ‘인민의 종’ 정당을 창당하면서 젤렌스키 후보도 대권주자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권유와 고심 끝에 젤렌스키는 대선에 도전했다.

우크라이나에서는 기존 정치인들에 대한 불신이 매우 높아진 상태였기 때문에, 젤렌스키 후보는 새로운 피라는 점에서 신선한 후보였다. 당시 페트로 포로셴코 현 대통령과 결선투표에서 약 50% 포인트에 가까운 큰 표 차로 당선되었다. 2019년 만 41세로 우크라이나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 된 것이다. 드라마에서 대통령역을 하다가 실제 대통령이 되었으니 드라마틱한 인생 역전이다. 인생의 앞길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기대하며 준비하는 자에게는 이런 행운의 기회가 올지도 모른다.

그는 취임 연설에서 ‘나는 평생 우크라이나인들에게 웃음을 주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해왔다. 그것이 나의 사명이었다. 이제 나는 우크라이나인들이 최소한 울지 않기 위해 모든 것을 다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 새로 선출되었다. 5월이면 정식으로 취임하게 되는데 기대가 크다. 젤렌스키 대통령과 공통점이 있는 윤석열 대통령도 우리나라를 잘 이끌어 나갈 것이라 믿는다. 경제와 안보를 튼튼하게 하여 전쟁 걱정 없는 나라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으로서 국민을 웃게 하면 더 이상 바랄 게 없지만, 그렇게는 못 할지라도 울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오늘도 젤렌스키 대통령의 안전, 우크라이나의 전쟁 종식, 전쟁으로 희생당한 많은 이들의 영혼을 위하여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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