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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51) 창의성 키울 수 있나
[자청비](51) 창의성 키울 수 있나
  • 박미윤
  • news@newslinejeju.com
  • 승인 2022.03.17 07: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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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윤 소설가
박미윤 소설가
▲ 박미윤 소설가 ⓒ뉴스라인제주

학원을 차려 아이들을 가르친 지도 이십 년이 넘어간다. 보습학원은 말 그대로 아이들의 미진한 학습에 대해 보충학습을 해주는 게 목적인 학원이지만 나는 일주일에 한 번은 창의활동으로 아이들에게 글쓰기, 논술, 만화, 독서활동 등을 해주고 있다. 이 수업에서 나는 아이들의 창의력이 뛰어나서 자주 놀라곤 한다. 한번은 ‘손수건으로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써보기를 했는데 한 아이는 백 개가 넘는 일을 생각해냈다. 종이 한 장이 모자라 두 장에 걸쳐서 쓴 것에는 ‘스카프로 쓰기’, ‘안대로 쓰기’, ‘보자기로 쓰기’ 등 평범한 것에서부터 ‘휴지 없을 때 똥 닦기’, ‘한쪽에 돌멩이를 감아 과녁 맞히기’,‘귀신 놀이’ 등 기발한 발상들이 많았다. 그 학생은 ‘확률’ 공부할 때 ‘◯◯가 하루라도 경고를 받지 않을 확률은 0 이다‘라는 예로 들 만큼 산만하지만 창의적인 생각들을 많이 해낸다. 또 어떤 학생은 공부는 못 하지만 만화를 잘 그리는데 보고 그리는 것은 거의 똑같고 자신이 창조해낸 만화캐릭터도 있다. 또 어떤 학생은 공부는 싫어하지만, 책 만들기나 신문 오려붙이기 할 때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독특한 방법을 찾아낸다. 책 속의 책을 하나 더 만들거나 형광펜으로 알록달록 눈에 띄게 만들어 놓는다.

아이들에게 무한한 창의력과 가능성이 있다는 걸 새삼 느끼면서 보습학원이니 공부에도 신경써야겠지만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아이들이 창의성을 발휘할 시간을 계속 만들어 줘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러면서 어릴 때의 창의성들이 어른이 돼서는 잘 발휘되지 않는 게 안타까웠다.

나는 나이 먹으면서 점점 머리가 굳어가는 거 같은데 다른 작가의 발랄하고 기발한 작품을 읽을 때면 질투에 몸서리치면서 내가 이 세계에 작품 하나를 더 얹어놓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자괴감을 느끼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노력에 따라 창의성은 얼마든지 더 키울 수 있다는 말에 자신감을 얻었다.

‘좋은 아이디어란 오래된 요소의 새로운 결합’(제임스 웹 영)이고 창의력은 나이의 문제가 아니라 노력의 문제라니 말이다. 말년에도 위대한 작품들을 쏟아냈던 창작자들을 보면 이 말이 맞는 거 같다.

제임스 웹 영이 제시하는 아이디어 생산의 5단계는 다음과 같다.

첫째, 자료를 모은다. 당면한 문제와 관련된 자료와 일반적 지식 둘 다 꾸준히 저장하면서 점점 풍부해진 자료를 수집한다.

둘째, 머릿속에서 이 자료들을 꼭꼭 씹어서 소화시킨다.

셋째, 부화 단계. 의식적 생각이 아닌, 다른 것들이 종합 작용을 할 수 있게 내버려둔다.

넷째, 실제로 아이디어가 탄생하는 단계. “유레카! 이거야!” 단계.

다섯째, 아이디어를 실용적 용도에 맞게 개발하고 다듬는 마지막 단계.

글쓰기에 적용해보면 일단 자료를 모으고 소화시킨 다음 이것들이 무의식 속에서 어떤 종합 작용이 일어날 때까지 부화시키라는 말이다. 나에게 부족했던 것이 이 부화단계였다. 조급함이 문제였다.

창의성 키울 수 있다. 빙산의 아랫부분처럼 숨어있는 무의식의 창의성을 믿고 노력을 해봐야겠다. 나의 직접, 간접 경험의 오래된 요소가 어떤 식으로 결합하여 어떤 그림을 보여줄지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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