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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영 시인, 월간시지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양대영 시인, 월간시지 '심상' 신인상으로 등단
  • 김수성 기자
  • kimss2501@naver.com
  • 승인 2020.08.07 06: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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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다가오는’ 외 4편
양대영 시인
▲ 양대영 시인 @뉴스라인제주

양대영 시인이 월간 시지 심상 2020년 상반기 신인상으로 등단했다.

등단 시는 ‘어디선가, 다가오는’외 4편이다.

“양대영의 시편들은 그만의 목소리를 행간에 담는 독특한 변형의 방법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 그는 사물을 언어로 그려내는 방식을 주목해 보면 그가 시를 빚어내는 감각이 그만의 개별성을 드러내고 있다”고 신인상 심사위원회 대표 박동규 시인은 평했다.

박동규 시인은 "자연과 인간의 상관을 중심으로, 서정시의 본류에 가까워 보이는 새로운 서정의 세계를 구축하고 승화하려는 시편들을 확인하는 작업이었다"고 총평했다.

양 시인의 당선소감의 제목은 “긴 겨울을 지나, 여름 너머로”다.

“겨울의 고통을 참고 견뎌온 나무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치열하게 살아가는 여름입니다. 이제부터는 장마와 태풍 속에서도 햇살을 놓지 않는 나무들처럼 시를 붙들고 갈 것입니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양대영 시인은 시집 ‘애월,그리고(2019)'가 있다. 제주문인협회 회원, 애월문학회 회원. 슴슴문학회 회원, 한라산문학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여름 너머의 가을로 가는 양 시인의 당선시를 소개한다.
 

숲 우체국
 

골짜기마다 하얀 점호

천지사방
말갛게 눈 뜬 숲
잘 마른 소리로 들썩이는데

흰 수레국화 한 무더기
늦가을 소인 찍혀
쌓여있다
 

어디선가, 다가오는
 

동네 입구의 커다란 나무
늦게 돌아오는 겨울 햇살을 보며
고개를 갸웃거린다

어딜 다녀오느라 아직도 추위에 떨고 있니?
북극이나 시베리아?

커다란 나무가 연거푸 물어봐도
덜덜 떨며 입을 열지 못하는 겨울 햇살

더 멀리서 저녁이 찾아오자
한 자리를 오래 지켜온
커다란 나무가 겨울 햇살을 안아주며
꼬물거리는 소리 들려오고

가지 끝에선 잠들지 않은
연둣빛 아기 잎들이 웃음을 터뜨리고
이 밤이 지나 내일, 내일이면
어디선가

깜짝 놀라도록 부드러운 봄바람이
다가올 것 같았다   
 

편지
 

달빛 층층 계단 쌓고 있으니
그대 오시라
은하수 건너오시라
어둠 속,
도리어 환해지는
꽃계단 밟고 오시라
마중나간 내 맘도 즈려밟고
단내 가득한 과원으로 오시라
못다한 말 가득한 흰 편지
다섯 장
접고 접어
그대에게 보내노니
부디
이 밤 다가기 전에 오시라
 

산딸기 스미는 시간
 

연붉은 빛이 방울방울
산딸기에게서 흘러나온
그 빛이라는 게 슬프기도 합니다
잎사귀 말아 쥐던 아침도
흰 꽃의 약속도
제 몸 물들이던 햇살의 지문도
모두 잊는다며
색을 벗습니다
색이 내립니다
술만 혼자 익어갑니다
 

자줏빛 흘러내리는,
 

어디서 문득
솟구쳐 만난
남빛과 붉은 빛
몸 섞어
쏟아지는가
낡은 빌라
반그늘을 기어이 태우는가
겨우내 참았던
오르가즘으로
온통 멀미하는
자목련 속속 훔쳐본다
생각없이
사랑 밝혀
사랑하는
밝힘증을 본다
자줏빛으로
자줏빛으로
흘러내리는,
저들의 색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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