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 주루, 수비, 작전 수행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인 삼성이지만 딱 하나 아쉬운 대목이 있다. 터지지 않은 타선이다.
삼성은 이날 5안타로 3점을 내는데 그쳤다. 이승엽의 투런포를 빼면 4안타 1득점이다.
10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이승엽은 삼성 타자 중 가장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청백전에서 타격감을 찾지 못해 애를 먹었던 이승엽이지만 이날은 2타수 1안타 2타점 2볼넷으로 공격을 주도하다시피 했다.
SK는 1회말 이승엽에게 투런포를 맞은 후 그를 철저하게 피했다. 3회 2사 2루에서는 고의 4구로 1루를 헌납했고 6회 1사 후에도 볼넷을 내줬다. 개인을 버리고 팀 우승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던 이승엽은 유인구를 참아내며 후배들에게 기회를 연결시켰다.
문제는 이승엽을 제외한 클린업트리오의 침묵이다.
이승엽의 바로 뒤인 4번 타자 박석민은 이날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3회 이승엽이 고의 4구로 나가는 모습을 대기 타석에서 지켜본 박석민은 4구째 바깥쪽 포크볼에 헛스윙으로 기회를 날렸다. 스트라이크존을 크게 벗어나는 공이었지만 의욕이 앞선 박석민의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SK는 이 외에도 수차례 이승엽 대신 박석민과의 승부를 택했고 결과는 모두 성공이었다.
4타수 무안타의 5번 최형우 역시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1회 큼지막한 플라이로 감각을 조율한 최형우는 6회 잘 맞은 타구가 중견수 김강민의 다이빙 캐치에 걸리면서 땅을 쳤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박석민은 옆구리 부상으로 훈련이 부족했던 것 같다. 배트 스피드가 잘 안 나온다. 최형우는 농담으로 MVP를 예약했다고 하던데 힘이 들어간 것 같다"고 두 선수의 부진을 지적했다. 류 감독은 1차전에서 가장 아쉬운 대목으로 타격 부진을 꼽았다.
일단 이승엽의 타격감은 제 자리를 찾을 것으로 보인다. 그는 "그동안 감이 안 좋았지만 공은 계속 보였다. 첫 타석에서 홈런이 나와 감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엽의 말대로 감각이 돌아왔다면 SK는 그를 계속 피할 가능성이 높다.
결국 박석민과 최형우가 계속 부진할 경우 삼성은 경기를 어렵게 풀어나간다는 계산이 나온다. 1차전 완승으로 분위기를 가져온 삼성이 새로운 과제를 떠안았다. 【대구=뉴시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