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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청비](5) 미안하고 죄스러워...
[자청비](5) 미안하고 죄스러워...
  • 김순신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1.02.04 10: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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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순신 수필가. 애월문학회장
김순신 수필가. 애월문학회장
▲ 김순신 수필가. 애월문학회장 @뉴스라인제주

아들이 두 돌이 지났을 때 처음에는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칭얼대었다. 며칠 가고 나니 익숙해졌다. 시간이 흘러 그 아들이 아버지가 되었고 나는 할머니가 되었다. 손자의 모든 것이 사랑스럽다. 자식보다 더 아깝다는 말이 맞다.

손자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는 일을 남편이 맡고 있다. 나도 가끔은 그 일을 한다. 남편은 손자를 데리러 가는 시간을 은근히 기다린다. 나도 그렇다.

오후 네 시쯤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손자가 깡충깡충 뛰며 좋아한다. 같은 방 꼬마들도 창문에서 ‘하머니’ ‘하부지’하며 손을 흔든다. 그 아이들은 모두가 천사들이다. 천진난만하게 활짝 웃는 아이의 모습 위로 하늘로 간 정인의 웃는 모습이 겹쳐진다. 너무나도 환하게 웃는 정인의 모습 잊을 수 없다. 순간 가슴이 흐릿해진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그것도 보살펴야 할 부모의 잘못으로 하늘의 꽃이 되었으니 어른으로서 미안하고 죄스러울 뿐이다. 부모는 죗값을 치른다고 하더라도 정인이는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아동학대에 관한 관심이 사회를 달구고 있다. 아동복지법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ㆍ정신적ㆍ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얼마 전 영하권의 날씨에 내복 바람으로 밖에 나온 아이를 자신의 겉옷으로 감싸 안고 먹을 것을 준 이야기를 방송에서 보면서 따뜻함이 느껴졌다. 누군가의 관심이 없었으며 그 아이는 더 오래 추위에 떨었을 것이다. 폭력행위가 없어도 무관심하여 버려두는 것도 아동학대에 해당한다.

아동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기본적인 여건을 조성하고 조화롭게 성장ㆍ발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경제적ㆍ사회적ㆍ정서적 지원은 가정과 사회 국가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외국 속담처럼 내 아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우리 아이, 우리가 함께 키워야 한다는 생각이 필요하다.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 약칭: 아동학대처벌법 )’에는 아동학대를 알면 누구라도 아동보호 전문기관이나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직무상 아동학대범죄를 알게 된 경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에는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하여야 한다.’라는 신고의무 직업군도 있다.

이번 정인의 사건은 신고 의무자가 제대로 신고를 했음에도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사건이다.

애초 아동학대를 의심한 어린이집 교사의 첫 번째 신고 때 담당 경찰관이 조금만 더 세심하게 조사를 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제주에서도 며칠 전 7개월 된 영아가 갈비뼈와 복부에 손상이 있어 의사가 학대 의심 신고를 했다는 언론 보도가 있었다.

아동학대 가해자에 대한 통계를 가해자의 80%가 부모이고, 학대가 이루어지는 장소도 가정이다. 부모가 왜? 라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부모의 잘못된 양육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자녀를 부모의 소유물처럼 생각하며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학대를 불러온다. 또 다른 이유는 부모의 정서적, 사회적 스트레스로 인한 학대도 있다. 부모가 받는 스트레스를 어린 자녀들에게 쏟아붓는 예도 있다.

신체적 학대가 아니더라도 정서적으로 자녀들을 차별하고 무시하는 말이나 행동을 하는 것도 학대라고 할 수 있다. 부모, 어른, 보호자라는 이유로 행해지는 폭력 앞에 자녀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다.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다. 교직에 있을 때 교육, 훈육이라는 명분으로 권위적이고 억압적으로 행동했던 때는 없었는지 되돌아본다. 더 많이 사랑해 주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오늘 다시 ‘꽃으로도 아이를 때리지 마라.’ 스페인 교육자 프란시스코 페레의 말을 가슴에 심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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