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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오리새끼 박혜선, 심은하 능가할까…'권하사'
예쁜오리새끼 박혜선, 심은하 능가할까…'권하사'
  • 나는기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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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2.09.11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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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복녀’에 대한 남자들의 환상은 어디에서 출발하는 것일까.

어린 시절 무시무시한 주사기를 엉덩이에 사정없이 꽂던 간호사에게서 출발, 사춘기 무렵 심장을 콩닥콩닥 뛰게 만든 같은 버스 안 여중고생을 거쳐, 여자라면 TV에 등장하는 연예인이 전부인 군대 때 나보다 상급자인 여군 부사관으로 이어져 왔는지도 모른다.

제복녀를 향한 로망을 제대로 건드려주는 영화가 8월30일 개봉, 열악한 상영 여건에서 분투 중인 곽경택(46) 감독의 ‘미운 오리새끼’다.

이 영화를 보는 남성 관객들의 눈은 이제는 역사 속에 묻힌 6개월 방위의 전설도, 말로는 즐거웠고 뜻 깊었다고 얘기하지만 다시 돌아갈 생각은 전혀 없는 군 시절도, 한 번도 가본 적 없어 사실 궁금했을 영창도 아닌 극중 유일한 제복녀 ‘권 하사’에게 머무는 것이 사실이다.

권 하사를 터프한 여배우가 맡았더라도 제복 만으로 남심을 흔들었겠지만, 청순단아한 데다 신선하기까지 한 미녀가 연기했으니 더욱 행복할 수밖에 없다.

’미운 오리새끼’로 스크린에 데뷔한 박혜선(21) 얘기다.

지난해 SBS TV 연기자 오디션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얼굴을 알린 박혜선은 이 프로그램에 멘토로 참여한 곽 감독이 자신의 멘티들을 출연시킨 이 영화에서 헌병대 6개월 방위병인 주인공 ‘낙만’(김준우)의 상급자이자 동갑내기 친구, 첫사랑의 연인인 권 하사를 호연했다.

데뷔작에서 주목 받고 있다는 평가에 박혜선은 고개를 가로 젓는다. “저 스스로 너무 부족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모처럼 기회를 주신 곽 감독님, 여러 스태프 선배님들께 누가 되지만 말자는 생각으로 연기했을 뿐이에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이죠.”

 

 

흥미로운 것은 이 영화의 실제 여주인공은 오리 인형을 들고 다니는 임신한 정신지체 장애인인 ‘혜림’(정예진)이다. 권 하사는 그 보다 비중이 낮다. 그런데 박혜선은 처음부터 혜림이 아닌 권 하사를 마음에 뒀다. 왜?

“물론 혜림이 여주인공인 것을 알고 있었으니 저라고 왜 욕심이 안 났겠어요? 하지만 비중보다 제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택해야 한다고 생각했죠. ‘기적의 오디션’을 통해 곽 감독님을 만나 훌륭한 가르침을 받은 것도 감사한데 이런 좋은 기회도 얻게 됐으니 잘하지 못하면 절대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래서 비중이 높지 않아도 제가 잘 할 수 있는 것을 하자고 생각했죠. 존재감이야 제가 더 잘하면 될 것이라고 마음 먹었구요.”

박혜선의 승부수가 통한 것일까, 영화 속에서 권 하사와 혜림의 비중은 큰 차이가 없다. 아니, 오히려 혜림보다 권 하사가 드라마틱하다. 올해의 대중문화 코드인 ‘첫사랑’인 동시에 상실의 상처를 주는 인물이기도 하다. 또 낙만을 위기로 몰아넣는 계기를 만들었지만, 이를 바로잡는 역할도 했다. 한 마디로 모든 갈등의 원인제공자이자 해결자인 셈이다. 게다가 뭇 장병들의 선망인 미녀 부사관이기도 하다.

낮은 캐릭터의 비중을 어떻게 역전시킬 수 있었을까. 역시 남다른 노력이 앞섰고, 타고난 미모가 뒤를 받쳤다.

박혜선은 “실제 여군 부사관으로 계신 분들과 만나 걸음걸이, 말투, 경례 각도 같은 것들을 여쭤보고 배우려고 했어요. 또 군대에서 여군 부사관의 이미지가 어떤지 알기 위해 여군 뿐만 아니라 남자 군인들로부터도 폭넓게 얘기를 들었죠. 권 하사가 저 보다 두 살 정도 나이가 많은 것으로 설정된 점을 감안해 외모나 행동도 성숙하게 보이려고 신경을 썼구요”라면서 “평소 제 연기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모를 정도로 사실적이면서 제가 맡은 캐릭터와 같은 직업, 위치의 사람들과 어울리며 생활하는 분들마저 친숙하고 편하게 느낄 수 있도록 연기하고 싶었거든요. 그래도 첫 도전이 성공적이었던 것 같아 다행스러워요”라고 털어놓았다.

얘기가 미모로 이어지자 박혜선은 쑥스러워 한다. “에이, 미모라니요? 그저 예쁘다, 안 예쁘다를 떠나서 첫사랑 이미지라면 행복할 거에요. 살짝 군인 분들이 특히 좋아해주시지 않을까 기대를 해봅니다. 호호호.”

박혜선은 ‘기적의 오디션’ 당시 왕년의 톱여배우 심은하(40)를 닮은 미모로 주목 받았다. 실제로도 박혜선은 10여 년 전 심은하가 그대로 타임슬립해온 것처럼 청순하면서 깔끔한 외모를 자랑한다. 곽 감독도 박혜선을 캐스팅한 이유로 ‘심은하와 닮은 이미지’를 꼽았을 정도다.

 

 

그러나 정작 박혜선은 예전의 심은하를 잘 모른다. “사실 몇 년 전부터 심은하 선배님과 닮았다는 얘기를 듣기는 했어요. 그런데 어떤 분인지 솔직히 잘 몰랐거든요.”

심은하는 2000년 영화 ‘인터뷰’를 끝으로 연예 활동을 사실상 중단했다. 박혜선은 1991년생이니 열 살도 되지 않았을 때다.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기적의 오디션’에 출연하면서 워낙 ‘포스트 심은하’라는 소리를 듣고 마음먹고 알아보니 너무너무 대단한 선배님이어서 너무 놀랐어요. 한편으로는 영광스러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내가 그런 얘기를 들어도 괜찮은 것인지 너무 과분한 찬사라는 생각도 들었죠.”

‘포스트 ×××’라는 타이틀은 신예가 주목 받는 데 큰 발판이 된다. 하지만 서둘러 그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면 자신을 옭아매고 실패하게 만든다. 박혜선은 다행히 그 사실을 잘 알고 있고 나름대로 헤쳐 나갈 계획도 갖고 있다. “연기로 극복하는 수밖에 없겠죠. 저만의 색깔을 입힌 연기를 통해 제 길을 찾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만의 색깔이요? 저도 아직 잘 몰라요. 앞으로 많이 경험하면서 찾아가는 수밖에요. 그때까지만 심은하 선배님 닮았다는 것으로 저를 기억해주시고 사랑해주시기를 바란다면 과욕일까요?”

가능성은 충분해 보인다. 박혜선이 “어떤 평가가 나올 지 두려워서 친구들한테도 권 하사가 어떻게 보였는지 차마 못 물어봤다”고 하지만, 한 사람의 관객으로서 ‘예쁘게 나왔다. 매우 자연스러웠다’고 칭찬해줄 만했다.

일부에서는 ‘권 하사가 너무 무겁지 않느냐’는 지적도 있기는 하다. 그러나 데뷔작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벌어진 입을 다물기 어려울 정도다. 게다가 권 하사가 동생들의 학비를 부담하는 소녀가장인 점이나 80년대 남성 중심의 부대에서 여군으로서 직면하는 한계와 부담 등 권 하사의 상황을 참작한다면 박혜선이 표현해낸 어둡고 차가운 권 하사가 옳을 수 있다.

박혜선은 혹평도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다. “첫 작품이어서 너무 긴장했던 것 같아요. 좋은 작품에 참여할 수 있어 즐겁고 행복하다는 것을 느끼기보다는 무조건 열심히 해야겠다, 잘 해야겠다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마음보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 같네요. 지금 열심히 이런저런 작품들의 오디션을 보고 있으니 곧 새 작품으로 찾아뵐 수 있겠죠? 그때는 제 안에서 권 하사와는 다른 또 다른 모습을 꺼내 보여드리겠습니다. 그게 부족한 제게 권 하사를 선물해주신 곽 감독님, 서툴기만 한 박혜선식 권 하사를 사랑해주신 관객들께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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