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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김병심 詩 ‘눈 살 때의 일’ 당선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김병심 詩 ‘눈 살 때의 일’ 당선
  • 양대영 기자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19.03.31 2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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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논픽션은 당선작 못 내
김병심 시인
▲ 김병심 시인 @뉴스라인제주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당선작이 결정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현기영)는 지난 16일과 29일 두차례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본심사위원회를 개최해 시 부문에 김 시인의 <눈 살 때의 일>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소설과 논픽션 부문에서는 아쉽게도 당선작을 선정하지 못했다.

제주4‧3평화재단(이사장 양조훈)은 ‘4·3의 진실,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을 주제로 시, 소설, 논픽션 세 장르에 대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작품을 공모한 바 있다. 공모 결과 국내‧외에서 335명이 응모했고 총 작품 2166편(시 2031편-200명, 소설 119편-119명, 논픽션 16편-16명)이 접수됐다.

제주4·3평화문학상 운영위원회는 제7회 문학상 심사지침을 마련해 올해 2월부터 약 두 달 동안 예심과 본심사를 거쳐 응모작들을 심사했다.

각부문 심사위원들은 “무엇보다 4·3의 아픈 상처를 문학작품으로 승화시키고 평화와 인권·화해와 상생의 가치를 실현시킬 수 있는 작품에 주목했다”고 심사기준을 밝혔다.

시 부문 심사위원들은 “작품이 가지고 있는 정조의 편안함, 제주어에 스며있는 제주서정, 그 속에 빛나는 민중적 삶의 공간과 시간의 역사가 아름다웠다. 또한 자칫 흠이 될 수도 있는 요소를 잘 극복하고 주제의식과 시적 완성도를 견지했다”고 평가했다.

한편 작가는 <눈 살 때의 일>에 대해 “평화로운 풍경을 지닌 마을이 제주4‧3으로 인해 잃어버린 마을로 변해버리고 개발 속에서 사라지면서 느끼는 안타까움을 표현한 작품”이라고 창작동기를 밝혔다.

김병심 시인은 1973년 제주에서 태어나 제주대학교 국문학과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1997년 [자유문학] 공모전에서 시 <발해를 꿈꾸며>로 시부문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이와 달리 소설과 논픽션 부문 당선작은 나오지 않았다.

소설 부문 심사위원들은 “4편의 작품들이 본심사에 올라왔지만 소설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서사의 구조가 제대로 형성되지 않았다”며 “부자연스러운 이야기의 흐름, 시점의 남발 등이 서사의 밀도를 떨어뜨렸고 결국 당선작을 선정할 수 없어서 안타깝다”고 밝혔다.

논픽션 부문 심사위원들은 “올해 처음 추가된 부문으로 작품공모 취지 및 주제정신, 4‧3의 역사적 안목, 내용의 사실성‧현장성‧신뢰성 등에 초점을 맞춰 심사했다”며 “하지만 4‧3보고서와 편향적 관변 자료의 짜깁기 등 대부분의 작품들이 공모취지와 거리가 멀었고, 일부 작품은 거듭 눈여겨 보았지만 구성의 산만함을 극복하지 못해 당선작을 고를 수 없었다”고 평가했다.

제주4·3평화문학상은 제주특별자치도가 2012년 3월 제정해 제7회에 이르고 있으며, 2015년부터 제주4‧3평화재단이 업무를 주관하고 있다. 상금은 9천만원(소설 5천만원, 시 2천만원, 논픽션 2천만원)이다.

제주4·3평화문학상 제1회 수상작은 현택훈의 시〈곤을동〉‧구소은의 소설《검은 모래》, 제2회는 박은영의 시〈북촌리의 봄〉‧양영수의 소설《불타는 섬》, 제3회는 최은묵의 시〈무명천 할머니〉‧장강명의 소설 《댓글부대》, 제4회는 김산의 시〈로프〉‧정범종의 소설 《청학》, 제5회는 박용우의 시 〈검정고무신〉‧손원평의 소설 《서른의 반격》, 제6회는 정찬일의 시〈취우〉‧김소윤의 소설 《정난주 마리아-잊혀진 꽃들》이다.

<제7회 제주4.3평화문학상 시 부문 당선작>
 
눈 살 때의 일

김병심

사월 볕 간잔지런한 색달리 천서동. 중문리 섯단마을로 도시락 싸고 오솔길 걷기. 늦여름 삼경에 내리던 동광 삼밧구석의 비거스렁이. 세 살 때 
이른 아침 덜 깬 잠에 보았던 안덕면 상천리 비지남흘 뒤뜰의 애기 동백꽃, 동경에서 공부하고 온 옆집 오빠가 들려준 데미안이 씽클레어를 처음 
만났을 때의 분위기는 남원면 한남리 빌레가름. 갓 따낸 첫물 든 옥수수의 냄새를 맡았던 신흥리의 물도왓. 친정집에서 쌔근거리면서 자는 아가의 
나비잠, 던덕모루. 예쁜 누이에게 서툴게 고백하던 아홉밧 웃뜨르 삼촌. 백석이 나타샤와 함께 살았을 것 같은 가시리 새가름의 설원. 어머니가 
끓여주던 된장국을 이방인인 그이가 끓여주던 한경면 조수리 근처. 매화차의 아리다는 맛을 사내의 순정이라고 가르쳐준 한경면 금악리 웃동네. 
옛집에서 바라보던 남쪽 보리밭의 눈 내리는 돌담을 가졌던 성산면 고성리의 줴영밧. 명월리 빌레못으로 들어가는 순례자의 땀범벅이 된 큰아들. 
해산하고 몸조리도 못 하고 물질하러 간 아내를 묻은 화북리 곤을동. 친어머니를 가슴에 묻은 아버지마저 내 가슴에 묻어야만 했던 애월읍 봉성, 
어도리. 이른 아침 골목길의 소테우리가 어러렁~ 메아리만 남긴 애월면 어음리 동돌궤기. 지슬 껍데기 먹고 보리 볶아 먹던 누이가 탈 나서 돌담
하나 못 넘던 애월면 소길리 원동. 고성리 웃가름에 있던 외가의 초가집에서 먹던 감자. 동광 무등이왓 큰 넓궤 가까이 부지갱이꽃으로 소똥 말똥
헤집으며 밥 짓던 어머니가 불러주던 자장가. 깨어진 쪽박이란 뜻인 함박동, 성공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던 그곳에서 태어나 삼촌들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던 소설가. 초여름 당신과 손잡고 바라보던 가파도와 마라도, 알뜨르까지의 밤배. 지금까지 “폭삭 속아수다” 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제주 삼촌들과 조케들, 잃어버린 마을.


* 눈 살 때: 눈이 맑을 때, 정신이 맑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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