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건은 제주에 사는 피해자 A(53)씨의 내연녀 B(56·여·강원도)씨 등 3명의 일당이 A씨를 살해한 후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저지른 엽기적인 사건이다. 이들은 강원도 한 사회복지시설에서 함께 거주하면서 장애인과 고아 등을 돌보는 일을 하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이들은 A씨를 살해하기 전 생명보험 취급 금융기관 2곳에서 생명보험 가입관련 상담을 한 후 지난달 27일 오후 6시께 A씨를 살해한 뒤 같은달 31일 밤 11시께 차량에 유기했다고 자백했다.
현장검증은 9일 오후 3시30분 이들이 지목한 살해장소인 제주시 삼성혈 주차장에서 많은 취재진과 시민들이 모인 가운데 이뤄졌다.
이날 모자를 눌러쓰고 현장에 나타난 피의자들은 피해자 A씨를 만난 시점부터 살해 후 사체를 유기하는 전과정을 재연했다.
이들이 보험 가입에 필요한 A씨의 주민등록증을 발급받기 위해 A씨의 엄지손가락 피부를 커터 칼로 도려내는 장면, A씨를 살해하기 위해 수면제를 호박즙에 탄 후 먹여 정신을 잃게 하고 수건을 이용해 입과 코를 막아 질식시켜 살해하는 장면 등을 태연하게 재연하자 분노한 유가족은 "제주도까지 와서 왜 우리 동생을 죽였냐"며 격한 감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현장 검증을 마친 일당 중 피의자 C(54)씨는 "죽을 죄를 졌다"며 "감옥에 가서 참회하며 살겠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양수진 제주동부경찰서 수사과장은 "공범들간에 진술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며 "단독범행이라고 주장하는 피의자도 있었고 함께 범행을 저질렀다는 진술도 있다"고 밝혔다.
양 과장은 "이번 현장검증을 통해 피의자들의 진술 신빙성과 모순점 등을 검증해 정확한 진실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현장검증을 지켜본 유가족들은 "목격자의 얘기와 현장 검증에 다소 차이가 있다"며 "이날 재연된 범인들이 A씨에게 수면제를 먹이는 모습은 이해할 수 없다"며 수사 방향에 불만 섞인 목소리를 냈다.
피의자들간 엇갈린 진술을 내놓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살인사건의 정확한 전말이 밝혀질지 경찰수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제주=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