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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그 분을 향한 고백
[특별기고] 그 분을 향한 고백
  • 이어산 시인(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전국모임 대표)
  • jeju@newslinejeju.com
  • 승인 2020.12.24 2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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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탄 전야의 편지
이어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전국모임 대표(영주일보DB)
▲ 이어산 시를 사랑하는 사람들 전국모임 대표(영주일보DB) @뉴스라인제주

그 분을 향한 고백

혁명가인 당신을 따르겠다고 맹세한 나는 
필요할 때는 부적처럼 당신을 주머니에서 꺼내어 봅니다 
가끔 이마에 붙이거나 명찰처럼 달고 다녔습니다 
불리하면 얼른 뒤로 감추거나 구겨서 호주머니에 다시 넣어둡니다 

이천 년 전 목수로 오신 당신이 근사하여 나도 목수가 되기로 작정하고 
목수 흉내를 내는 기술자 명찰을 달았습니다 
처음 한 일은 
내가 미워하는 그들에게 맞는 십자가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오르고 올라 다다른 그곳
내가 만든 작품들이 즐비합니다
그기엔 내가 못 박았던 사람들이 달려 있습니다
후련한 일입니다

가까이 다가가서 그들을 살핍니다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나와 나의 가족 사랑하는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내가 만든 십자가에 달려 있습니다
제일 높은 곳에 나의 우상 당신이 왜 달려 있습니까

회심도 항존직도 모두 장식품이었습니다
낮아지기로 맹세했지만 올라만 갔습니다 
이웃을 긍휼히 여기겠다던 다짐은 내게만 베풀었습니다
웃는 얼굴은 주머니에 감춘 교만의 송곳이었습니다

나의 행실을 아시면서 기다리신 당신
내게 벌을 내리소서
당신은 나의 우상이었을 뿐 동행자는 아니었습니다 
나를 멀리하소서
당신의 사랑은 자기를 내어주는 것이었지만
나의 사랑은 
나를 살찌우는 일이었습니다
이런 나를 징치 하소서

나는 가짜 목수 이어산입니다
가장 낮은 곳으로 오신 이 저녁에 왜 눈물 강을 건너게 합니까
이런 당신이 밉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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