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국시](75) 찔레꽃

김성주 시인

2020-03-24     영주일보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김성주

찔레꽃

김성주

어머니의 어머니는
질기고 긴 한숨으로
찔레를 키우셨다

징용서 풀린 지아비
4·3 나던 무자년에 죽고

아들은 산으로 올라
기축년에 죽고

딸마저 그해 겨울
눈 위 핏자욱으로 갔다

홀몸 가시로 칭칭 묶고
현무암 연자방아 피멍으로 돌리시다
팍, 터지며
막, 피어난 찔레꽃

 

-희디 흰 한숨이 피었다.
4.3의 광풍에 스러져간 피붙이들을 지켜볼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
살아남은 자의 고통이 영혼과 육신을 찔렀다.
살아시민 살아진다지만, 죽음보다 못한 삶이었다.
어머니한테선 찔레꽃, 서러운 향기가 났다. [글 양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