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국시](73) 목수라는 이름으로

문경훈 시인

2020-03-18     영주일보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문경훈

목수木手라는 이름으로

문경훈

나는 나무를 다스리는 목수다
거친 손과 굵은 팔뚝으로
나무를 토막 내는 입장이지만
여태 다듬지 못한 나무들과
바로 세워야할 비스듬한 기둥들과
제 곳에 들어가 있어야 할 문짝과
비바람 눈보라를 가려줄 지붕과
벽 모서리쯤에 세워둔 나의 세월과
반듯해지라고 깎아내는 대팻날과
상어이빨 같이 날 선 톱과
세상의 모든 높이를 재는 수평과
먹줄 통과 같이 사는 나는 먹통이다
그렇게 먹줄로 그어진 세상이 나의 길이다.

 

-거친 숨을 몰아쉬는 목수의 대패를 생각한다.
수평과 수직을 만드는 노동을 생각한다.
나무의 핏방울이 기둥과 문과 지붕에 새겨진다.
목수의 손은 먹줄로 튕겨져 시커멓다. [글 양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