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국시](72) 사월의 붓질

김정순 시인

2020-03-16     영주일보
김정순

사월의 붓질

김정순

숲은 잔설 사이로
풀빛 나는 몸을 푼다
나비 잠자던 갓 난 고부랭이*
울음소리에
능선 아래 목초밭이 잠에서 깨어
기지개를 켜면
들녘은 조금 더 자란다

검불 나부랭이 사이로
습습한 안개가 떠나고
봄볕 따스히 스며들어 시린 몸 말리던
아기 뱀,
푸르 메가 부르는 산길
댑싸리 속으로 길 찾아 떠난다

잎이 떨어져 허술해진 망개 발치깨에서
바람난 손들이 크게 눈 돌리는 산허리
서슬 퍼런 가시덤불
고부랭이 목을 쥔 바람의 손목을
거칠게 찌른다

햇살의 포박을 풀어
끓는 물 속에서 잎맥을 녹인다
서서히 풀어지는 갈반의 채색머리
세포 조각 성깃한,
뜨거운 의지 하나 식지 않을
미라로 거듭 나기를 기다린다

*고부랭이 : 어린 고사리

 

-캔버스를 마주한다.
봄 산은 풀빛으로 부풀고, 냇물은 노래한다.
서슬 퍼런 가시덤불 속에 고부랭이 손가락이 고물거린다.
아지랑이 속에 기지개를 켜면 겨드랑이에 날개가 돋아나는 봄이다.
슬픈 일 많은 사월이다.
슬프게도 아름다운 사월이다. [글 양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