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국시](68) 게와 아이들

정군칠 시인

2020-03-07     영주일보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정군칠

게와 아이들

-정군칠-

게들은 어쩌자고
밀물을 따라와선
바지락바지락 서귀포를 끌고 가나

바다는 어쩌자고
게들을 몰고 와선
한 양푼이 푸우 거품을 쏟아놓나

어쩌자고 나는

자꾸만 헛딛는 어린 게의 집게발에 목이 메어
은종소리 쟁쟁거리는 그늘로
스며들고 있나

 

-그림이 시고 시가 그림이다.
그림의 어원이 '그리워 그리다' 라고도 하던데
생전 꼿꼿했던 정군칠 시인이 그립다.
어쩌자고 나는 또 그림 속 서귀포 바닷가를 걷는가.
발끝이 은종소리로 젖는다. [글 양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