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국시](61) 동성이 삼촌

한승엽 시인

2020-02-17     영주일보

제주의 중심 인터넷신문 영주일보가 일상의 삶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예리하고 독창적인 시인의 오감을 통해서 비추어지는 세상의 모습. 시인들이 생각하는 바가 어떻게 옭아내어지고 있는지를 음미하며 새로운 아침을 맞이하고자 합니다. 영주일보는 ‘탐나국시’ 코너로 독자 여러분들을 찾아갑니다. 메말라가는 현대사회에 촉촉한 단비가 되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한승엽

동성이 삼촌

-한승엽-

묘제 날,
5 代祖 묘 앞에 동성이 삼촌이
무릎을 꿇고 있다
木手로 그 잔뼈가 굵어버린
손가락 마디가
천천히 잔을 받들자,
찰랑거리는 술의 가벼운 미동이
얼핏 무거워 보인다
잔 너머의 천직을 받아들인 듯
축문을 읽어대는데
거무튀튀한 얼굴에선 먹통줄을
튕기던 신중함이 살아나고
언젠가 해 지고 찾아든 삼겹살집에서
세상 탓하지 않는 해박한 말씀이 떠올랐다
마침내 축문이 태워지고
다시 그 말씀이 재가 되어 흩어져
누군가 깊이 새겨들었을 저 허공이 궁금해질 때
기둥마다 못질하던 손길에 다시
시선이 멈추어 버린다
감히 다가설 수 없이 단단하게
굳어버린 살점
한여름을 붙잡고 지독히 달구어졌을 팔뚝이
어쩌면 고향의 그 무엇보다
부드러운 흙덩이 같다.

 

-세상 탓하지 않는 삼촌이다.
거짓 없는 노동을 새긴 몸에는 진중함이 묻어난다.
굳은살과 손가락 마디뼈,
한여름 뙤약볕에 붉게 익어버린 팔뚝이 그를 붙들고 있다.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고향의 흙냄새가 난다.
그가 바로 고향이다.
생과 죽음의 의례를 맞이하고 보내는 날들 속에 그가 우뚝 서 있다. [글 양대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