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희 칼럼](54)꽃과 열매의 기억

2018-04-16     영주일보

꽃과 열매의 기억

-신태희-

아이를 낳고 살이
여간해서 빠지지 않는다
연년생 아이 둘을 낳고도
어머, 또 임신했어요? 라는 말을 들었다
다이어트 약을 먹고
요가를 배우고 재즈 댄스도 했다
최후의 방법 굶기는 무성한 식욕으로 실패

밤톨같은 아들 둘을 실었던
뱃살은 의외로 견고했다
출산의 흔적 고스란히 박힌
여러 겹의 지층 (脂層 )
요요로 확장되는 뱃살의 영토
광개토대왕비라도 세울 듯
기세등등한 지방의 노란 깃발들

한때 자기 집이었던
내 배를 쳐다보며
막내 아들 엄마 뱃살 좀 빼란다
아기가 동그랗게 몸 구부린 자리
아직도 부푼 까닭은
내 몸이 한때 꽃이었고
열매를 맺었다는
그런 이야긴데,

난 오늘도
꽃과 열매의 기억을 지우려
밥 반 공기를 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