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희 칼럼](52)푸르게 뒹굴다

2018-04-05     영주일보

푸르게 뒹굴다

-신태희-

나, 지중해의 푸른 고양이가 되었으면
노릇노릇한 햇살 주워 먹으며
기다란 하품 하나 입에 문 채
그렇게 둥근 오후를 뒹굴었으면

진홍 꽃잎 바스러지는 흰 담장 위
교교한 발자욱 찍으면
막 끓어오르는 지중해
달려오는 지중해 지켜봤으면

계단을 질겅질겅 오르는
늙은 노새의 발걸음에 드리워진
푸른 그림자 속에 반짝이는 소금
핥아먹는 고양이가 되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