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희 칼럼](20)세계복식문화사를 읽는 밤

2017-08-05     영주일보

세계복식문화사를 읽는 밤

-신태희-

두꺼운 책 속,
곱게 펼쳐진 옷
곧 움켜쥘 나뭇꾼의 눈길로 훑어보는데
최초의 부끄러움을 가리던 풀의 속대들

아리따운 허리며 어깨를 감쌌을
아마로 만든 드레스는 기억한다
여름 축제 동안, 따 담았던 무화과 바구니를
바구니가 살풋 올을 뜯고 달아나던 그 오후를

얼룩진 햇빛 냄새
칭얼거리던 젖내음
닳은 치맛자락이 끌고온 해와 달을

누군가 벌거벗고 울고 있을 것 같은 밤
푸른 사슴 한 마리 사라진 숲가
올 풀린 그 옷가슴 만져보고 싶다

들썽이는 달빛 폭포 아래,
풀섶 바위에 가만 놓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