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태식칼럼](126)감사를 받으며

현태식 전 제주시의회 의장

2016-08-28     영주일보

 서울에서 온 감사탐이 감사를 시작하였다. 나는 인사만 해두고 직원 보고 무엇이든 다 보여드리라고 지시하고 나가버렸다. 내가 옆에 붙어있으면 감사관도 불편할 것 같아서였다.

오후에 잠깐 들렀더니 감사관이 나에게 이것 저것 트집잡는 것이었다. 나는 "규정에 어긋나면 서면으로 지적하고 내가 시인할 것이 있으면 문서에 자필서명할 것이니 감사는 담당직원을 상대하여 필요한 것을 제출하게 하라"고 했더니 "감사를 십년 넘게 해왔지만 당신같은 사람 처음 본다"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럴 것이다. "나는 당신네에게 잘보일수록 나만 손해난다. 보시다시피 나는 무보수 봉사자지 이것에 생계를 맡긴 사람이 아니다. 다른 사람들은 직업을 잃을까 두려워 굽실거리지만 나는 그럴 필요가 없는 사람이다. 오히려 여기 오래 있을수록 고통이 심하다"고 하였더니 불쾌하기 그지 없는 모양이었다.

정말 그럴 것이 은행 본점에 감사단이 들이닥치면 오죽 굽실거렸을 것인가. 시골새마을금고에 와서 이렇게 불손한 자를 만나리라고는 꿈엔들 생각이나 하였겠는가. 일면 이해는 가지만 이제는 감사가 비리와 부정과 규정에 위반되는 것을 적시하여 시정할 수 있도록 하는 감사이어야지 이것 저것 트집 잡으며 사람을 업신여기는 것은 진정한 감사가 아니다. 수감자가 굽신거리고 그러면 대충 감사하여 정밀 감사를 않기 때문에 여기저기서 사고가 나고 따라서 부실과 불신이 만연하여 사회 혼란, 민족정기 혼탁까지 이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