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달환 칼럼](52)말미잘

2016-07-26     현달환 기자

말미잘

-현달환-

0여, 당신은 키가 너무 작다
X야, 당신은 키가 너무 크다
0여, 당신은 입이 너무 작다
X야, 당신은 입이 너무 크다
0여, 당신은 눈이 너무 작다
X야, 당신은 눈이 너무 크다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고
살아가면 된다.

아니, 꼬웁냐?
열나면
사: 라: 지: 라

(제주문학 2015년 통권 62집 봄호 수록)

아네모네....
기대, 기다림. 사랑의 괴로움, 허무한 사랑, 이룰 수 없는 사랑, 사랑의 쓴맛. 제 곁에 있어 줘서 고마웠어요. 당신을 사랑하니까 저의 모든 것을 드릴게요. 나는 당신을 영원히 사랑할 거예요. 비록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더라도 전 당신을 사랑합니다.

이 모든 말들이 아네모네가 가지고 있는 꽃말이다. 가장 많은 꽃말을 가진 꽃인 만큼 전해오는 이야기도, 구슬픈 사연도 많은 꽃. 아네모네의 꽃말들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모두 이별 후에 느끼는 안타까운 심정을 담고 있는 것 같다. 아무리 여러 말로 곱씹어 보아도, 결국 모든 이별은 슬프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아네모네를 볼 때마다 눈물이 난다.

바다에도 아네모네가 살고 있다. 말미잘(sea anemone)이다. 미잘은 항문의 뜻을 갖고 있고 말의 항문처럼 생겼다고 해서 말미잘이라고 한단다. 말미잘은 1000 종이나 된다고 하니 별의별 색상을 갖는 형태일 것이다. 바다의 아름다운 색상과 말미잘의 형태로 많은 유혹이 도사리고 결국 남은 것은 이별의 쓴잔이다.

우리는 이별하는 연습을 해본 적이 없어서 연인끼리, 가족끼리, 이별을 한 후 깊은 슬픔을 이기지 못해 힘들어하는 것을 많이 본다. 이별은 힘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이별도 하기 전에 만남에서부터 이별을 부르는 말들 속에 상처를 받는다. 경우에도 없는 낙인이다. 세상이 급박해지고 바빠지면서 우리는 생각할 겨를도 없다. 오죽하면 음식점에서 음식을 시켜놓고 빨리 주라고 하면서 계산만 하고 바빠서 먹지도 않고 나가는 우스운 광경이 벌어지고 있을 만큼 바쁘다.

여하튼, 우리는 이별이란 아픔을 주지 않기 위해 선입견을 갖고 판단하는 것부터 없애야 할 것 같다. 입은 하나, 귀는 두 개인데 우리는 입이 두 개처럼 말을 하고 귀는 하나인 것처럼 듣고 있어서 무언가 잘못된 것 같다. 나 자신이 그런 판단을 하고 있지는 않는지 돌아봐야겠다.
더운 여름날, 95년에 나왔던 ‘말미잘’ 영화나 찾아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