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귀태' 논란 수습에 침묵모드…왜?

2013-07-14     나는기자다

청와대가 '귀태(鬼胎·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 태어났다는 뜻)'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민주당 홍익표 의원의 원내대변인직 사퇴와 국회 정상화에 대해 14일까지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청와대는 홍 의원의 귀태 발언이 전해지자 이례적으로 초강경 대야(對野) 공세에 나섰다. 지난 11일 이정현 홍보수석은 "요즘 가만히 보니 대선결과에 불복하고 막말을 하는 것이 특정 정당 내에서 거의 스타일이나 유행처럼 되고 있는 것 같다"며 강한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김행 대변인도 바로 이어 "금도를 넘어선 민주당 의원의 막말에 깊은 유감을 표시한다. 이는 대통령을 뽑아준 국민에 대한 모욕"이라며 귀태 논란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입장을 전했다.

특히 지난 12일에는 이 수석이 공식 브리핑을 열어 "국회의원 개인의 자질을 의심하게 할 뿐만 아니라 국민을 대신하는 국회의원이 했다고는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언이고 망언이었다"며 홍 의원의 발언을 재차 비판하고는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다.

하지만 막상 홍 의원이 원내대변인직을 사퇴하고 여야간 국회 정상화 합의가 이뤄졌음에도 청와대는 이틀간 이렇다 할 입장을 내놓지 않고 '침묵모드'를 이어가는 모양새다.

침묵의 배경에는 청와대가 여전히 이번 사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즉, 청와대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막말'보다는 민주당의 '대선에 불복하는 듯한 자세'에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원색적 비난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민주당이 박 대통령을 '대통령이 되지 말았어야 할 사람'으로 보고 있는 게 더 큰 문제라는 시각이다.

이 수석이 귀태논란과 관련, 공식 브리핑에서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 선거를 부정하고 불복하고, 공존과 타협의 대상으로 대통령을 보는 것이 아니라 타도와 소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 부분"이라며 "단순히 정치권에서 있는 그런 막말 수준이 아니라고 인식하고 있다"고 비난한 것도 이같은 맥락에서다.

따라서 청와대는 홍 의원의 원내대변인직 사퇴나 김한길 대표의 유감 표명은 어디까지나 귀태 발언에 대한 사과일 뿐 대선불복에 대한 진정성 있는 사과가 아니라고 판단하는 듯 하다.

다만 여야 합의로 국회가 정상화된 데다 진보 성향 단체들이 국가정보원의 정치·선거 개입을 규탄하는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고 있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이 문제를 오래 끌고 갈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커질 수 있어 직접적인 언급은 삼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청와대의 침묵은 민주당의 사과를 '수용'한 것이라기 보다는 대선불복 정서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 표명 등을 '주시'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른바 '귀태 정국'은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민주당에서 '대선무효' 발언이 또 다시 흘러나올 경우 청와대가 강력한 반격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