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혜 시인 시집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발간

2023-08-21     양대영 기자
이명혜

이명혜 시인의 최근 시집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를 발간했다.

이번 시집은 모두 4부에 걸쳐 표제작을 비롯해 모두 61편이 엮였다.

표제작인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작품을 보면 시간은 무한대로 연장된다. “내 안 깊은 곳”을 내시경으로 관찰해 들어가면 ‘꽃 한 송이’는 울음을 머금고 있고, 세상 또한 흔들린다. 그러한 ‘나’와 ‘나의 어머니’는 연결되고 연결되어 시간은 무한으로 확장된다.

그리하여 내 삶의 중심추에 반가사유상이 돋아나는 시간에 도달하여 마침내 동굴에 새겨진(암각) 의미를 깨우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이명혜 시인의 시간 의식은 공간적으로도 주체적으로도 무한에 이른다.

이 시집에는 열정적 사랑의 징후와 아가페의 숭고함이 실존의 울타리 안에서 공존한다.

시인의 서정성은 확장된 현재성 의에 구축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자신 이전에 있었던 모든 사건들과 함께하면서 자신 이후에 벌어질 모든 사건을 함축하는 경이로운 ‘현재’들이다.

이는 동시에 모든 것들과 함께하는 동일성의 구현이기도 하다.

이명혜 시인은 ‘시인의 말’에서 “이제 시 속에 있으면 시와 하나가 되어 내 삶이 시처럼 되기를 기대해 본다.”고 밝혔다.

이명혜 시인은 2022년 스토리코스모스 신인문학상을 수상하였고, 1999년에는 한국아동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시집으로는 『꽃으로는 짧은』이 있으며, 동시집으로는 『햇살이 놀러온 마루』 『이사 온 수선화』가 있다.

천년의시작. 1만1000원.
 

[작품감상]
 

나의 동굴에 반가사유상 하나 놓고 싶다
 

해넘이 발작
번뇌업 마그마 토악질해 대는

어딘가에 들어앉은 진앙지 찾아
내장 깊숙한 곳 내시경 들이밀면
꽃 한 송이 울음 머금은 채
서 있을 거다

흔들리는 세상
중심 잡기 위한 몸부림 석양 울음으로 피어나라
마흔 셋 어머니 목숨 걸고 낳은 아이
무병장수 기원하신 흔적
아픈 꽃자리 새겨져 있을

내 삶의 중심추 반가사유상 돋아날 즈음
읽을 줄도 쓸 줄도 모르던 어머니
섬섬이 수놓은 기도
유리처럼 반짝이는 동굴 벽 암각 또렷이
읽어 낼 수 있어

반 가 사 유
나직한 울림
화장세계 미소 가만히
머금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