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시방목지](65) 미친 사랑의 노래

2022-03-29     문상금

‘때로 미칠 때도 있는 게지, 온전한 정신으로 이 세상을 바라보기가 그리 쉬운 일인가, 살아가기가 쉬운 일인가, 잠 못 들고 밤마다 떠도는 바람들을 빗발들을 온 몸으로 맞으며 그 피투성이 미친 노래를 큰 소리로부른다’ ’
 

미친 사랑의 노래 . 2
 

문 상 금
 

너를 보았지
너도 나처럼 사람이 그리웠구나
나처럼 밤마다 떠돌았구나

휙휙 바람처럼
빗발처럼 눈발처럼

피투성이 발을 절룩이며
그리운 사람을 찾아
미치도록 헤매였구나
 

-제5시집 「첫사랑」에 수록
 

문상금

떠돌고 헤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다. 소풍이나 산책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크고 작은 길들로 이어지고 그 길을 오고가는 유일한 행복 바로 산책이라는 것 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어슬렁어슬렁, 어찌 생각해보면 꼭 가야할 목적지는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가다가 싫증나면 곧바로 되돌아 올 수 있는 것이 산책이다.

휙휙 바람들이 온기를 그리워할 때면 나도 휙휙 밤거리를 걷곤 한다, 아니 차를 타고 천천히 시내를 몇 바퀴 돌아보곤 한다. 날이 갈수록 불빛들이 많이 줄어들고 있다, 간판불이 꺼진 뒷골목마다 오줌 지린내와 담배꽁초도 줄어들고 점점 더 고요해지고 맑아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활기에 찼던 밤거리는 고요해지고 아아, 깜짝 놀랐다, 어디론가 휑하니 걸어가시는 분들, 앞으로 걸어가시는 어르신들을 만날 때가 있다, 나와 마주치기라도 하면 서로 소스라치게 놀라서 또 저만치 앞서 걸어가신다.

도대체 어디를 바삐 가시는 것일까, 작은 보따리나 신발을 챙겨들고 혹은 꼭 껴안고 계신 분들을 만날 때도 있다. 그럴 때는 너무 걱정이 되어 앞돌아보고 뒤돌아보곤 한다.

피투성이 발을 절룩이며 그 누군가 그리운 사람을 찾아, 그리운 곳으로 가는 것일까.

얼마나 외로웠을까, 얼마나 온기가 그리웠을까, 얼마나 떠돌아야 하는 것일까.

가끔 실종 안내 문자를 받을 때면 혹 어제나 오늘 새벽에 길거리를 배회하던 그 어르신은 아닐까, 불안해지곤 한다.

휘적휘적, 그 바삐 놀리는 몸짓 너머로, 오싹하고 서늘한 느낌을 받으며, 눈시울이 붉어질 때가 있다.

‘어디 감수과?’

‘놀레, 놀레 감쩌’

이 세상은 어쩌면 놀당 가는 것, 소풍이거나 산책이거나 두서너 가지 중에 하나인 것이다. [글 문상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