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상금의 시방목지](55) 흰 동백

2022-01-17     문상금

‘톡 톡, 흰 눈이 꽃으로 내려앉는다, 톡 톡 톡, 그 곁에서 조용히 읽어보는 편지 한 구절’
 

흰 동백
 

문 상 금
 

내보일 수 없어
더 소중한

그대 편지
한 구절

읽다가
울다가
돌아눕는 바다

물새 떼
같은

흰 뼈가
사무쳐

쓸쓸히
다 저무는
내 젊음의 바다
 

-제5시집 「첫사랑」에 수록
 

문상금

서귀포에는
수평선만 있는 줄 알았더니,
겨울 길거리에 동백꽃송이
톡 톡

서귀포에는
겨울이 왜 이리 따스한지,
동백꽃송이 고운 불빛들이
밤낮 대답하고

아아,
서귀포에는
절벽마다 그리움 기둥들이 많아,
볼 붉힌 동백들이
이토록 피어난다고

톡 톡 톡

섭섭함이 다(多)하여 흰 눈으로 내리라 하면
제일 먼저 너의 방 창가를 흩날리다
마당으로 떨어져 소복하게 쌓이고 싶다.

흰 동백 사이로 파도가 몰려와 하얗게 부서지는 날이면
나는 깊게 파묻어둔 편지를 꺼내어 읽다가 울다가
석양의 바다처럼 스르르 돌아눕곤 하였다.

이 세상은 흰 뼈가 사무쳐
잠을 설치는 쓸쓸함의 바다이다.

[글 문상금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