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가 있는 목요일](59) 모태솔로

서경만 시인

2022-01-13     구수영

■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모태솔로

예나 지금이나 총각입니다
전생에 해병대도 아니었는데
한번 총각은 왜 영원한 총각일까요
국민 여러분 이제는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서경만
 

서경만

<서경만 시인>

울산 거주
시사모. 한국디카시모임  회원
 


 

 

구수영

이름은 다른 것과 구별하여 부르는 일정한 칭호입니다. 그래서 이 세상의 모든 단어들은 '이름'이라고 말합니다. 어떤 사실의 의미부여에서
비로소 단어가 나타나기 때문이지요 즉 이름은 존재가치고 의의를 뜻합니다.(우리말샘 참고)

이름값 좀 하며 살자는 말이 있습니다 
좋은 이름을 가지고 그 됨됨이에 맞게 살자는 말이겠지요 오늘 디카시 주인공은 '총각김치'입니다. 
우리가 먹는 음식은 대부분 주재료의 이름을 가져다가 부르지요 
배추김치가 그렇고 오이소박이나 호박죽 등 
이 그렇지요 그런데 총각김치는 좀 뜬금없는 이름입니다. 
총각김치는 왜 총각이란 이름을 갖게 되었을까요. 조선시대 생활 백서라 할 수 있는 영조 42년(1766년) 유중림이 증보 편찬한
'증보산림경제'라는 책에 보면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뿌리가 가는 무를 무청이 달린 채 양념하여 담근 김치가 총각의 떠꺼머리 모양과 비슷하다' 

예나 지금이나 총각입니다 
전생에 해병대도 아니었는데 
한 번 총각은 왜 영원한 총각일까요 
국민 여러분 이제는 가정을 꾸리고 싶습니다
 
슬그머니 웃음이 나옵니다
사실 이름은 참 중요합니다 뜻이 좋지만 부르기가 영 거북한 이름 때문에 놀림당하기도 하고 이름 때문에 오해를 받기도 하고 이름 덕을 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태어나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받은 이름은 좋든 싫든 평생 가지고 가야 합니다. 요즘이야 영 불편하면 개명도 많이 하던데 뜻도 좋고 부르기도
편한 이름으로 바꾸는 것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평생 총각으로 살아야 하는 총각김치에게 
그럴싸한 이름 하나 다시 지어줄까요? 
뭐 알타리김치라는 이름이 있기는 해도 
입에 착착 감기는 이름은 역시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총각입니다. 
영원히 늙지 않는 피터팬처럼 총각으로 
살아야 하는 사정에 미안한 생각이 들지만요
 
아내가 담근 총각김치를 보며 쓴 
시인의 디카시 한 편에서 저는 
예술의 일상성과 
일상의 예술에 대한 생각을 해 봅니다. 
남녀노소 누구나 시도해 볼 수 있고 
실시간으로 공유해 소통하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상의 예술이 오늘도 흔히 먹는 총각김치 한 접시가 디카시로 우리에게 왔습니다.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