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의 벌랑포구](43) 버릴까

홍성운 시인

2021-12-27     김항신

버릴까 

홍성운

"이제 그만 버리세요" 오랜 전 아내의 말
수십 년 내 품에서 심박동에 공명했던
버팔로 가죽지갑을 오늘은 버릴까 봐
몇 번의 손질에도 보푸라기 실밥들
각지던 모퉁이는 이제 모두 둥글어
가만히 들여다보면 나를 많이 닮았다
그냥저냥 넣어뒀던 오래된 명함들과
아직까진 괜찮은 신용카드 내려놓으면
어쩌나, 깊숙이 앉은 울 엄니 부적 한 장  

- 시조집 『버릴까』(2019, 푸른사상사)

홍성운

<시인약력 >

1959년 제주 애월 출생.
공주사대를 졸업하고,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당선.
시조시집으로《숨은 꽃을 찾아서》《오래된 숯가마》,
우리시대 현대시조100인선 시조집《상수리나무의 꿈》,시화집《마라도 쇠북소리》등이 있다.
2000년 중앙시조 대상 신인상 수상.
현재) 한국작가회의, 오늘의시조시인회의, 역류 동인 등으로 활동.

김항신

그렇지요.
우리네 인생사 지갑과 핸드백, 마르고 닳도록 희. 노. 애. 락을 함께하던 저 깊숙이 앉은 부적 한 장에 의지하며 생을 달려왔던 세월들
이제는 버릴 만도 하건만 그놈의 미련 버리지 못하는 깊숙이 들어앉은 어머니의 염원 한 장,
눈에 밟혀 아쉬운 오늘이 또 지납니다. [글 김항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