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가 있는 목요일](56) 퇴고

김은미 시인

2021-12-23     구수영

■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퇴고

쏟아 낸 분량만큼
쌓이는 숙제


-김은미
 

김은미

<김은미 시인>

대전거주
한남대 국문과 졸업
시사모. 한국디카시모임 회원
 

 

 

구수영

오늘 디카시를 읽다 번쩍 떠오르는 분이 있습니다. 
자연주의자 스콧 니어링과 헬렌 니어링 부부입니다. 이 부부의 삶의 원칙은
"덜 소유하고 더 많이 존재하라"였답니다.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당신이 가지고 있는 소유물이 아니라 당신 자신이 누구인가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냐, 어떤 행위를
하느냐가 인생의 본질을 이루는 요소다 단지 생활하고 소유하는 것은 장애물이 될 수도 있고 짐이 될 수도 있다.'
부부의 삶을 기록한 '조화로운 삶' 중 나오는 말입니다.

오늘 소개할 디카시는 '퇴고'입니다
사전적 의미로 퇴고는 글을 지을 때 여러 번 생각하여 고치고 다듬는 것 또는 그런 일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단어의 유래도 재미있습니다
중국 당대의 시인 '가도'가 과거를 보러 가던 길에 떠오른 시구절 중에 밀다(推)와 두드리다(敲) 중 어떤 글자를 쓸지 고민하던 중 당대
문장가 한유를 만났지요
한유는 두드릴 고敲자를 쓰는 게 좋겠다고 했고 이후 글을 지을 때 다듬고 고치는 일을 '퇴고' 또는 '추고'라고 부르게 되었다니 퇴고의
역사도 유구합니다.

퇴고를 가리켜 죽은 글도 다시 살려내는 것이라고 합니다. 소설가 헤밍웨이는 '노인과 바다'를 200번 넘게 퇴고 끝에 완성했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좋은 글의 시작이 초고라면 완성도 높은 글을 위한 담금질이 퇴고지요
퇴고에도 여러 가지 원칙이 있겠지요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검토하는 것부터
불필요한 부분을 빼내거나 필요시 첨가하는 것 등이 대표적입니다.

쌓여있는 빈 상자를 보며 퇴고를 언술 한 오늘 디카시, 디카시는 극순간의 날시지만 그 사유는 극순간이 아니라 깊습니다.
군더더기 없는 글을 쓰기 위해서도 여러 번의 퇴고가 필요한데 우리 삶은 어떨까요 
하루를 퇴고하고 한 달을 퇴고하고 또 한 해를 퇴고한다면 우리의 삶이 좀 더
가벼워지지 않을까요 
내 삶의 가치는 소유가 아니라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늘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글 구수영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