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의 벌랑포구 ](39) 끝물

홍창수 시인

2021-11-29     김항신

끝물


홍창수


멀쩡한 것들과 생이별하고 돌아온
장날이 있었다
도사리고 있었던 욕망이
어디론가 함께 실려 간 듯 했다
장꾼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갑작스레 찾아온 쓸쓸한 한기
생의 한 모서리가 무너져 내려 앉는 것 같았다
한 손이 다른 한 손을 붙들고 있었다
갓 구운 붕어빵 한  봉지 샀다
사람의 그림자 하나 둘씩 도시 속으로 사라진다
손금을 파고드는 따스한 온기
온몸에 퍼져 갔다
겨울은 봄을 기다린다

         
《 바람의 헛간》시와 실천 2020.
 

홍창수

<홍창수 시인>

부산출생, 제주 조천에 거주
고려대학교 졸업
2016년 《문학저널》등단
첫 시집《바람의 헛간 》상재
2020년《홍창수, 모릅니다 》상재

현재 , 제주 조천에서 감귤 농원 운영중.

 

김항신

오일장 끝나는 끝물,
멀쩡하게 보이는 끝물 들과 생이별하는 순간이다.
가야 하는 것들과 보내야 하는 마음,
꽤 괜찮아 보이는 끝물이 다 되어가는 생의 모서리에서
시인은 애지중지 키워 오던 끝물들을 보낸다.
허하게 뻥 뚫어진 가슴은 찬바람만이 휑하니 지나고
끝물 저녁 휘청이던 발걸음 다잡으려 붕어빵 한 봉지 온기로 부여잡아본다.
한 손이 다른 한 손에게 속삭인다.
괜찮다고
이제 봄이 손 끝에 와닿는다고
그래서 겨울은 봄을 기다린다고

  [글 김항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