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의 벌랑포구 ](32) 절정

김광렬 시인

2021-10-11     김항신

절정

김광렬


김광렬

불꽃처럼 타오르는 잎사귀가 황홀해서
단풍잎만 바라보며 걷다가
한라산 올라가는
성판악 돌밭 길 그 어디쯤에서
푹 무릎을 꺽고 말았다
살갗에 생채기가 생기고 피가 배어났다

너에게로 가는 일이,
이 정도로는 어림없다

살을 오려내고 뼈를 깍아내어야 한다


《존재의 집》천년의시작. 2020.
 

김항신

황홀하게 타오르며 절정에 오른 잎사귀.
그 경지에 다다르기까지 얼마나 인고의 고통을 겪어야 하는지를 일깨워 준다.

그게 그렇게 황홀한 경지에 가는 게 멀고도 아프다.

묵묵히 걸어갈 수밖에
마음을 비울 수밖에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 하다 보면 그게 황홀한 경지에 다다른 '절정'이 아닐까. [글 김항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