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실 전 시장의 정치재개, "의리도 없고 명분까지 잃었다"

[데스크칼럼] 고경실, 원희룡 버린 이유 공개적으로 밝혀야 제주시갑당협위원장 응모, 윤석열 이용하는 불공정의 전형

2021-08-30     양대영 기자
원희룡

국민의힘 2022년 대선 경선이 본격화되면서 제주도내 중도·보수 야권의 정치 지형이 꿈틀거리고 있다. 국민의힘 제주도당대회 중단 조치 및 사고도당 지정으로 도당위원장 공석이 장기화되면서 도당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주요 정치인들의 경쟁과 협력이 물밑에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경실 전 제주시장이 가장 앞서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 대선 주자 경쟁에서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대권주자를 등에 업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국민캠프’는 지난 8월 18일 제주도 선거대책위원장에 고경실 전 제주시장을 임명했다. 고경실 윤석열 국민캠프 제주도선거대책위원장은 지역캠프 구상과 관련하여 ‘최대한 민심이 박수칠 수 있는 인사들로 구성할 계획’이라고 언론에 밝힌 바 있다. 어쨌든 고경실 전 시장이 주도권을 쥐어가는 형국이다.

그런데, 고 전 시장이 도민 여론에서 큰 암초를 만났다. 지난 27일 국민의힘 홍준표 대권주자가 언급했던 ‘배신자프레임’이 고 전시장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는 것이다. 고 전 시장은 2016년 7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제주시장을 역임했는데, 임명해 준 사람은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이다. 원희룡 전 지사가 지금 대권 경쟁에 뛰어들었는데, 고 전 시장 자신에게 제주시장이라는 정치적 기회를 준 원희룡 전 지사를 버리고 윤석열 후보를 돕는 것은 ‘전형적인 배신’이라는 지적이 도민여론에서 강하게 일고 있다.

고 전 시장은 그 동안 일관되게 원희룡 전 지사에 대한 의리를 지키는 자세를 유지해 왔다. 심지어 2020년 4·15총선 미래통합당 제주시갑 예비경선에서 컷오프를 당한 후에 불출마를 선언하면서도 원희룡 지사에 대한 예의와 의리를 지켰다. 당시 고 전 시장은 “그간 상관으로 모신 존경하는 미래통합당 최고위원인 원희룡 제주지사와 대립적인 구도를 형성하는 것도 통합을 요구하는 도민의 바람과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며 불출마 이유로 원희룡 지사에 대한 의리를 내세운 바 있다. 김용철 공인회계사가 최재형캠프와 인연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관되게 원희룡지지 활동을 하는 것과 너무나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고경실 전 시장은 지난 8월 18일 윤석열국민캠프 제주도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되고 나서 아직까지도 원희룡을 외면한 이유를 공식적으로 밝히지 않고 있다. 도민사회에서는 ‘고경실 전 시장은 배신자이다’라는 말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고경실 전 시장은 ‘고경실에게 의리는 장식용 장난감인가’라는 세간의 질문에 솔직담백하게 해명해야 한다. 그래야만, 향후 정치의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열릴 수 있을 것이다.

고경실 전 시장은 최근 국민의힘 제주시갑당협위원장 공개 모집에 지원했다. 고 전 시장이 윤석열국민캠프 제주도선거대책위원장에 임명된 상태에서 제주시갑당협위원장에 도전하는 것이 윤석열 현상이 대표하는 ‘공정’에 어긋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고 전 시장은 <뉴스라인제주>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되고자 당협위원장 공모에 지원했다’라고 밝혔다.

고 전 시장의 제주시갑당협위원장 지원은 5-7명 지원자가 경합하는 상황에서 윤석열 후보의 힘을 이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불공정한 게임의 전형이라는 주장이 국민의힘 제주도당 주변에서 제기되고 있다. 도민들에게 윤석열 후보의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위치의 인사가 그 첫 단추를 ‘불공정 행위’로 장식한다면 오히려 윤석열 후보에게 부담을 주는 것이 아닌가? 고경실 전 시장은 갑당협위원장 도전으로 크게 명분을 잃었다.

고 전 시장이 제주시갑당협위원장을 맡고자 하는 이유가 이후 제주도당위원장까지 맡고자 하는 것이라면, 반드시 해명해야 할 일이 있다. 전임 장성철 도당위원장 재임시 한 주요 여성당직자에 대한 공개 비판을 주도하면서 도당을 흔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인사가 고경실 4·15총선 예비후보캠프에서 핵심역할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고 전 시장은 4·15총선 예비경선 컷오프를 수용하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백의종군 하겠다’라고 했었다. 고 전 시장이 윤석열국민캠프 제주선대위원장으로 임명받은 것과 제주시갑당협위원장 공모에 지원한 것은 매우 과감하고 파격적인 정치재개 활동이다. 그러나, 고 전 시장의 정치재개에는 의리도 안보이고 명분까지 잃었다는 지적을 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