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의 벌랑포구](25) 된장찌개

이재무 시인

2021-08-23     김항신

된장찌개

이재무

이 구수한 맛은 어디서 오는 것인가
입천장을 살짝 데우고
한 바퀴 입속 헹궈 적신 뒤
몸 안으로 슴벅슴벅 들어가는
얼얼하고, 칼칼 텁텁하고, 매콤하며
씁쓸해하는 구성진 이것은
먼먼 조상 적부터 와서
여태도 우리네 살림을 떠나지 않고 있다
흐린 등불 아래 둥글게 모여 앉아
논밭에서 캐낸 곡물과 바다에서 난 산물과
산에서 자란 나물이 만나
우려낸 되직한 속정을
숟가락에 푹 퍼서 떠먹다 보면
바깥에서 묻혀온 냉기
햇살 만난 는개처럼 풀리고
사는 일에 까닭 없이 서느런 마음도
저만큼 세상의 윗목으로 물러나 있다
무구하고 은근하며 우직한 이것은
우리네 피의 설운 가락을 타고 온다

《경쾌한 유령》,문학과지성사 2011
 

이재무

<이재무 시인>

1958년 충남부여 출생, 현재 디지털대학교 교수이며 '천년의 시작' 대표이사.
1983년 <삶의문학><문학사회> 등을 통해 작품활동시작.
2002년 제 2회 '난고문학상'을 시작으로하여 여섯 번의 수상 경력과 2020년 제 17회 ' 이육사 문학상'수상이 있다.

시집으로는 《섣달 그믐》1987 청사.《벌초》1992 실천문학사 외 9편의 시집 상제.
시선집 《오래된 농담》2008 북인 외 2편.
시평집 《사람들사이에 꽃이 핀다면》2005 화남 《긍정적인 밥》2004.
산문집 《생의 변방에서》2003 화남외 3편.
공저《우리 시대의 시인 신경림을 찾아서》2020 웅진닷컴.
평저 대표평론 |.|| 있음.
 

김항신

우리 정서에 맞는 된장찌개, 얼마나 구수하고 짜릿한가 제아무리 햇된장이 보기 좋고 맛있다고 한들 오래오래 묵힌 곰삭은 토장만 할까.
기를 쓰고 덤벼본들 옛 조상이 남긴 수작에 비 할까.
그 경지에 가려면 얼마나 입천장을 데우고 입속 헹구고
슴벅슴벅 들어가게 해야 할까
얼마나 얼얼 칼칼하게 , 맵고 씁쓸 텁텁하게 입안에서 굴리고 오각으로 느껴야 구수한 된장찌개 맛에 도달할까
산으로 들로, 바다로 강으로,
우리네 곁에 있는 경작지와 텃밭에서 얻어지는 것들에 우직한 정서에 속정 담아 진솔한 감정 실어 한 숟가락 떠먹어보는 맛은 또 어쩔까

'는개처럼 풀리고 사는 일에 까닭 없이 서느런 마음도
저만큼 세상의 윗목으로 물러나
있다'
이재무 시인의 이 한 구절에
마음을 울린다.

선생님 구수한 '된장찌개' 맛있었습니다 ^^

[글 김항신 시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