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가있는 목요일](34) 자화상

유호종 시인

2021-07-22     구수영

■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자화상

        누가 나를 밟고 가라고
        엎드려 등을 내놓지만
     무게를 핑계삼아 슬그머니
                  발을 빼는

                 _ 유호종
 

유호종

<유호종 시인>

시사모 동인, 운영위원
한국디카시모임 동인
계간[시와 편견]으로 등단
동인지 '초록의 뒷면을 지나' 공저

 

구수영

다리(橋)는 그 종류도 모양도 만드는 재료도 각각이지만 변함없이 중요한 기능은 '이어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고
사람과 자연을 또이어줍니다

이어 준다는 것 즉 연결은 '이동'과 '소통'을 의미하지요
'이동'과 '소통'이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까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더 나은 곳, 꼭 가야 할 곳을 향해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으니까요 
또 소통하지 못 한 결과가 만든 불협화음이나 오해는 늘 갈등의 소지가 되니까요

오늘 다카시는 '징검다리'입니다.
제법 물살이 쎄 보이는 하천을 가로지르고 있는 징검다리, 비슷한 크기의 돌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놓여있는데 중앙에 있는 돌 하나는 물살에
밀려난 것인지 원래 그렇게 만든 건지 옆으로 빠져나와 있습니다.
이 다카시를 쓴 시인은 그 징검돌의 모습에 '자화상'이라 제목을 붙였습니다.
대열에서 이탈한 듯한 돌다리의 모습에서 시인은 자신의 어떤 모습을 본 걸까요?

끊임없이 밀려드는 물살에 맞서 꿋꿋하게 버티며 헤쳐나가는 것은 박수받을 일입니다
그러나 조금 밀려나거나 넘어졌다고 절망하거나 비난받을 일은 아니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조금 흔들렸지만 여전히 징검다리로 쓰임받고 있으니까요

1970년대 초 미국 가수 사이먼&가펑클이 부른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라는 노래 
다 아시지요. 노래 가사 중에 이런 말이 있지요

~사는 게 힘들고 친구하나 찾을 수 없을 때
험한 세상을 건너는 다리가 되어드리겠습니다

주변을 돌아보세요 물살에 밀려난 징검돌 같은 당신과 당신의 이웃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들에게 힘내라고 응원해 주십시오 오늘 당신은 그에게 다리가 되어 준 것입니다. 위로라는 희망이라는 세상으로 내딛는
다리 하나를 이어 준 것입니다.

[글 구수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