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의 벌랑포구](18) 매미

김광렬 시인

2021-07-05     김항신

매미

김광렬

달빛 아래
끝없이 책장을 넘기고 싶었던 것이다
은방울꽃처럼 낭랑하게
풍금을 두드리고 싶었던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에
시린 날개 파닥이며
밤새 시를 쓰고 싶었던 것이다
늦가을로 가는 길목
폐교가 되어버린 학교 운동장
버짐나무 깊숙이 발가락 박은 매미
죽어서도 오도독
살아 있는 것들을
느끼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움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푸른사상.2013.

 

김광렬

<김광렬 시인>
1954년 제주 출생.
1988년 『창작과비평』 봄호로 등단.
시집 『가을의 詩』 『희미한 등불만 있으면 좋으리』 『풀잎들의 부리』 『그리움에는 바퀴가 달려 있다』 『모래 마을에서』 『내일은 무지개』 등

 

 

 

김항신

'죽어서도 오도독' 남기고 싶은
살아서도 오도독하게~ 그것도 열심히 길고 짧게 울어대며 세상과 맛장 뜨며 자신을 알리는 저 소리
시인은 은방울 꽃처럼 낭랑하게란다.
시린 날개 파닥이며 밤새 시를 쓰고 싶어서란다.
발가락 박은 매미가 그렇게 오도독 살아 있음을 느끼고 싶어서란다.
김광렬 시인도 지금까지 그렇게 오도독하게 살아오며
인생을 엮거 가시는 것일 게다.
그래서 영원한 것이라 말하고 싶다. 모든 살아 있는 것들에 [글 김항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