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의 벌랑포구](17) 인생

안도현 시인

2021-06-28     김항신

인생

안도현


밤에, 전라선을 타보지 않은 者하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


《그리운 여우 》창비시선 163
 

안도현

<안도현 시인>

충북 예천 출생
굳이 '약력'을 넣지 않아도 될 만인이 알고 있는 많은 장르를 세상에 배출한, 그리고 다수의 수상 이력을 갖고 있기도  한  누구들의 우상이고 싶은사람 
《그리운 여우》안도현 시인



 

김항신

오랜만이다.
2017년 8월 25일 제주작가회 '시 창작 곳간'에서 안도현 선생님께서 직접 나누어준 시집 한 권 , 곰삭은 세월만큼 연륜도 인기도 꽤 상승률 높은 '그리운 여우'다.

소설가이면서 안도현 선생님의 가 근한 친구이신 이병천 소설가의 말처럼 '그리운 여우'를 쭈ㅡ욱 읽어가다가 '인생'에 눈이 꽂혔다.

밤에, 전라선을 타보지 않은 者하고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ㅡ<인생 > 전문

이 짤막한 시구에 얼마나 광대한 철학이 묻어나는가! 그 마력에 끌리는 이내 심사, 또 '나'를 끄집어내게 만드는 그날이 생각나 고 있으니,

한자의 뜻을 찾아보니 놈, 者자라
놈이라 말하기가 그래서 者, 로 썼을 거라며 게걸스러운 농 한 마디 곁들여 놓는 센스도 있어 정말 찐 친구처럼 말하듯 발문을 엮은 소설가 이병천 님 알게 돼서 기쁜 시간이 다.

인생, 아마도 그때가 열일곱 때인 것 같다.
집에서 가장이기도 했던 갑작스러운 언니의 부고로 언니의 부제의 자리를 잇기 위하여
야간학교 진학 뒤로하고 일자리 찾아 헤매던 시절 이곳 제주에서
그래도 막 일은 하지 말자고 자신에게 위로하며 재래시장 점원에서 (주)대동공업 제주 대리점 경리사원으로 일하다가 좀 더 나은 바깥세상 알고 싶어 제주항에서 연락선 타고 부산항으로 그리고 서울에서 일하다 목포로 전라선을 탔던 일이 안도현 선생님의 '인생'을 보며 절로 고개를 끄덕여보는 시간, 서울에 많이 있지도 못하면서 고향이 그리워
어머니가 그리워 하나뿐인 동생이 눈에 밟혀 다시 제주행 연락선 타기 위해 목포행 완행선을 탔던 꽃 같은 열아홉 살이 던 때가 있었던, 그래서 안도현 시인의 '인생'은 나와 같은 시대의 동질감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안도현 선생님!
'그리운 여우' 잘봤습니다 .


[글 김항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