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카시가 있는 목요일](29) 일몰

김용철 시인

2021-06-17     구수영

■ 극순간의 예술 디카시감상 

                      일몰

     파도를 헤엄치던  푸른 시절
         장밋빛 그때를  회상하며
                  돛대 접고
         노을 속에 정박 중이다

                   _ 김용철

 

김용철

<김용철 시인>

시사모. 한국디카시인모임  회원
한국문인협회회원
시집 태공의 영토 [2008년 문학의 전당] 등 다수



 

구수영

우리는 자주 사물을 통해 내 삶을 돌아보거나 계획하거나 하지요 대표적인 예가 해돋이 해넘이 앞에 섰을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새해나 연말이면 바다를 향한 사람들의 행렬만 봐도 그렇습니다.
날마다 해는 떠오르고 또 지는데도 말입니다. 유교 문화권에서는 특히 희망이나 시작을 뜻하는 일출을 더 예찬합니다만 사실 일몰이 훨씬
아름답습니다. 바다와 하늘을 모두 붉게 물들이는 황혼 앞에 서는 일은 곧 나 자신과 만나는 일입니다.
하루를 되돌아보고 마무리하며 스스로 위로하고 휴식하는 시간입니다. 

오늘 디카시를 쓴 시인도 그의 시작노트에서 일몰이 아름다운 까닭은 지나온 시간을 반추하며 꿈을 꾸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인디언들은
말을 타고 달리다 가끔씩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고 합니다.
말이 너무 빨리 달려 앞서 나가면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라고 합니다. 그럴리야 없겠지만 곱씹어 봐야 할 이야기라고
생각됩니다. 오죽하면 우스개소리로 '백수가 과로사' 한다는 말이 있을까요. 무엇 때문에 왜 바쁜지 왜 정신없이, 정신을 놓고 다니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나비의 상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재생, 변화, 부활의 의미도 있습니다.
오늘 디카시 사진 속 일몰 앞에 날개를 고이 접은 저 나비를 통해 사라지고 떠나보내는 이미지가 아닌 나를 돌아보고 새로운 변화와 부활을
꿈꾸는 나비 한 마리 어떨까요.

(글 구수영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