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의 벌랑포구 ](14) 한림카페

홍성운 시인

2021-06-07     김항신

한림카페
 

홍성운
 

비양도가 통째로 창문에 와 걸리고

백사장 잔물결이 이내 따라온다

오래전 가동이 멈춘 한림 전분공장

한때는 헉헉댔을 오십 마력 원동기

영국산 마크가 아직도 선명하다

마대 속 햇고구마들 그 내음 풋풋했을

외벽도 그대로다 회칠한 제주 돌담

누군들 여기에 와 사랑 얻지 못할까

그러게 잊혔던 사랑, 봄바람에 아리다
 

-《버릴까》(푸른 사상사 ) 2019
 

홍성운

<홍성운 시인>

1959년 제주 애월 출생.

공주사대를 졸업하고, 1995년 <서울신문> 신춘문예로 당선.

시조시집으로《숨은 꽃을 찾아서》《오래된 숯가마》,

우리 시대 현대시조 100 인선 시조집《상수리나무 꿈》, 시화집《마라도 쇠북소리》등이 있다.

2000년 중앙시조 대상 신인상 수상.

한국작가회의, 오늘의 시조시인회의, 역류 동인 등으로 활동.
 

김항신

오십 마력이면 한창 헉헉댔을 시기가 딱 맞는 것 같습니다.

제주 애월 태생이기에 육지 뭍으로 유학을 떠나 공부하면서
 

고향이 그리울 때면 간간히 비양도가 한눈에 바라보이는 애월 한림
 

항으로 오고 가던 봉성리 사람, 어
 

찌 그 길 닿을 때마다 가슴에 묻

어나는 사랑 없었겠나, 생각해 봅니다.
 

지금은 저의 집 어느 근처에서 머물며 같은 마음의 길을 함께 걸어가는 홍성운 시인님, 보내주신  시집 보면서 같은 공간에서
 

숨 고르며 살고 있다는 게 내심 반가웠습니다.

직접적으로 뵙지는 못했지만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그리고 서정
 

성이 살아있는 선생님의 시, 들을 보면서 전혀 낯설지 않은

그런 마음이라 할까요.
 

한림카페, 누구나 한 번쯤은 꼭
 

거쳐 가던 곳, 카페에 들어서면
 

비양도가 한눈에 들어와 꼭 한 번
 

가고 싶어 동경하던 곳이기도 했지요.

 

결국 혼자서가 아닌 코 흘리게 동창들과 이제는 어엿한 사랑이 여물어 황금길 걸어가는 벗들과 50주년 기념으로 탐방하던 비양도가 지척에 보이는 한림항 포구

지금도 주정 가루 풀풀 날리며 장정들이 불끈거리고, 크레인 이 떡 하니 불끈거리기도 하는 곳, 다시 어디로 팔려가는 싱싱한 무단들이 올망졸망 기다리며
 

숨 고르는 한림 항구, 잠시 한림 카페 머물다

달달한 카푸치노 한잔에 녹아보는 시간, 누군들 여기와 사랑 얻지 못하겠습니까.
 

그렇게 머물다 간 사랑  짠내음에
 

스미듯 ~아린 이 기분, 코로나

가 이 유정한 카페에 숨죽여
 

눈치 볼 지언정 그 사랑의 힘은 우

짜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며 지금도
 

한림카페 의 달달한 커피 한 잔 바다향 기에 실어  홍성운 시인의 '버릴까' 시향에 젖어봅니다.

[글 김항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