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항신의 벌랑포구](7) 여승女僧

백석 시인

2021-04-19     김항신
백석

여승女僧

백석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녯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늬 산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어린 딸아이를 따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 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설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 2007.

 

김항신

 일제강점기 시대를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일대기를 서사적이며 서정적 시적표현을 자유로운 문채로 엮어가는 영화의 한 장면을 보며 눈물을 훔치게 하듯
가슴이 먹먹해지는 파노라마
' 백석' 하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보며
'윤동주'에 빠지니 당연히 '백석'이 그리울 수 밖에 그리고 궁금 할수 밖에, 사랑 할수 밖에, 그다음에 어느시인를 따라 갈지 내 마음 알수는 없으나

요즘 '백석' 시집에 빠졌다.
이름만큼이나 오래된 내용  이름만큼이나 설레이는 마음으로
이름만큼이나 가슴 애리게하는

어느 사찰에 들어서니 여승이 합장을 한다.
바라본 여승에게서 가지취 냄새가 난다.
들여다본 쓸쓸한 얼굴이 옛날같이 서럽다.

'나'는 어느 산 깊은 금광의 일터 에서
어린 딸과 옥수수파는 여인을 보며 마음이 저리도록 아프다.

돈 벌로 간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지아비 기다리던 딸아이는
도라지 꽃이 좋다며 떠나보내고

암흑의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을 잃고 의지할곳이 없어진 여인은
세속을 떠나게 되면서

산꿩도 서럽게 우는 날이 있었나
산절의 마당에 들어 머리카락에
눈물이 함께 툭툭 떨어지는 날이 있었나

아! 도라지 꽃이 된 아가야

[글 김항신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