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순진의 포토에세이](9) 상귀리에서 사월을 치유하다

양순진 시인

2021-04-12     양순진

  친구가 상귀리의 봄을 전송해 왔다. 벚꽃과 튤립의 전성기를 만끽했는데도 꽃 소식엔 솔깃해진다.

   고사리의 계절이지만 올해는 꽃 구경을 택하기로 했다. 함께 문학수업 받는 사람들끼리 도시락 싸고 상귀리로 향했다.

  농촌기술센터라 갖가지 묘종과 꽃들로 가득하다. 로즈마리, 튤립, 유채꽃, 삼색제비꽃. 보랏빛 로즈마리 꽃 향기가 얼마나 진한지 나비와 벌 떼로 현란하다. <장자>의 '제물론편'에 나오는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라는 대목의 호접지몽이 떠올랐다. 우리는 잠시 노랑 나비도 되어보고 하얀 나비도 되어보고 나비와 벌 떼가 날아드는 꽃이 되어보기도 했다.


  어느 곳이든 꽃이 피었다가 한 잎 한 잎 떨구고 있다. 그러나 꽃은 필 때도 질 때도 아름답다. 꽃들에게도 행복한 시절과 불행한 시간은 맞물려 다가온다. 우리네 인생과 닮았다고나 할까.

   작년엔 내가 발목 골절로 육개월 고생했는데 올해는 한 도반이 아프다. 슬픔과 아픔은 예고 없이 온다. 또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숙명이다. 자신이 아플 때 어떤 말도 위로가 안 되겠지만 꽃을 보면 그냥 무언의 위로가 된다. 그래서 떠난 여행이었다. 꽃은 한데 어울려 핀다. 우리도 함께 있다. 함께 하면 극복되지 않는 난관은 없다고 믿기에.

  우리의 들뜬 몸짓이 그림자로 투영된다. 지나온 시간과 다가올 시간이 맞잡은 힐링과 치유의 시간이었다. 사월에 짓눌린 영혼들이 하얀 나비 되어 봄 아지랑이 행간을 유영한다. [글 양순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