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순진의 포토에세이](8) 봄날, 고성 극락사에 머물다

양순진 시인

2021-04-04     양순진

 광령길 지나 어딘가로 달리는데 극락사 키 큰 자목련나무와 하늘거리는 벚꽃이 나를 멈추게 한다. 봄은 절 안에도 가득하다.

  입구 화단 제비꽃이 무더기로 나란히 나란히 피어 있다.
  앞뜰, 단청과 벚꽃과의 조화가 어쩜 이렇게 절묘한가. 유리창에 들어가 핀 벚꽃무리가 중생처럼 백팔배 한다.

  뒤뜰, 태양이 하늘 중앙에 와 있고 하늘 찌르는 대나무들 그리고 어디선가 느닷없이 새들이 날아와 대나무 옆 커다란 나무 마른 가지 꼭대기에 앉는다.


  해탈문 들어가기 전, 유리집 안에는 인도에서 온 보리수 나무 한 그루 있다. 부처가 보리수 나무 아래서 깨달음을 얻었다는데 그런 귀한 나무를 눈 앞에서 볼 수 있다니, 넓은 연둣빛 잎사귀가 부처의 마음 같다.

  준비되지 않는 허술한 마음이라 절 안으로는 들어가지 못하고 입구에 있는 연못으로 들어갔다. 구시물과 함께 삼별초군의 식수였던 옹성물(五生水)이 아직도 흘러나오고 있다. 그 옆 바위에는 세월의 유수를 일깨워주는 이끼가 푸들푸들 엉켜 있다.

  무엇이 나를 그곳으로 이끌었을까. 사찰의 단청, 벚꽃, 자목련, 제비꽃, 보리수나무, 대나무, 새, 연못, 옹성물, 이끼, 그 추임새들.

  그 하루가 던진 삶과 죽음에 대한 물음이 해탈의 문양으로 응집되어 있다. [글 양순진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