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순진의 포토에세이](5) 목련은 질 때도 눈부시다

양순진 시인

2021-03-19     양순진
제주시

  비 내리는 아침, 제주시 연동 신광초등학교 옆 자주목련 꽃잎 나풀나풀 떨어지는 나무 아래로 할머니 한 분이 걸어간다. 눈부시다.

  사진 배우기 위해  알게 된 어느 사진작가는 '목련은 예쁘게 피어 있을 때 찍어야 한다.'고 했지만 나는 질 때 목련의 모습도 좋아한다. 시련을 다 이겨내고 걸어가는 노인의 뒷모습 같다고나 할까.

<지상의 양식>에 나온 '비를 받아들이자.'처럼 '어차피 불행하다면 불행을 받아들이자. 불행조차도 즐기자.'라고 마음 먹은 날, '누구나 진다. 그걸 안다면 질 때도 멋드러지게 떨어지자!' 토해내는 목련의 설법을 듣는다.

  백악기 때부터 지금까지 살고 있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식물 중 하나인 목련, 슬픈 전설도 품고 있지만 이름도 많다. 목련(신이), 백목련(목필, 백목란, 신이, 영춘화), 자목련, 자주목련(백자목련, 홍목련), 별목련, 큰별목련, 일본목련(향목련), 산목련(함박꽃나무), 실목련 등 다양하다.

제주시

  그리고 설화 '목란사'에서 만든 디즈니 애니매이션 '뮬란'은 '목련'의 중국어이며 주인공 여장부 이름 또한 화목란이다.

  꽃말을 알아보면 자목련은 '자연애, 은혜, 존경', 백목련은 '이루지 못할 사랑', 목련은 '숭고한 정신, 우애, 고귀함'이라 한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처럼 진다는 것은 다시 새로운 길을 펼칠 수 있는 시작을 의미한다. 목련이 지면 벚꽃이 피고, 이별이 지나면 이별보다 더 깊은 진짜 사랑이 피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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